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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인 엘린 님의 글

의리 내용 출처 표기 후 외부 공개 (가능) 발췌한 글로 토론 및 비판적인 피드백 (불가능)


분홍색 휴식 : 포스타입 포스트

제8회 의리 참여자

보내는 사람 [새로울](https://leogi-desk.notion.site/2b1f793a3e2b46b1b6b778431365510a), [](https://leogi-desk.notion.site/a102837b87aa43bf924270a2e05e3577), [김짓숴](https://leogi-desk.notion.site/62d2321895ad4ea4ba7353ee589a8d28), [유채하](https://leogi-desk.notion.site/619f31e0da834f6e880885330ba2fdd6), [스러기(모임장)](https://leogi-desk.notion.site/cf710743e0884563ac1257d031a44641), , [우짬](https://leogi-desk.notion.site/80a921d6c1ad404988649ff883c9ee48)

받는 사람 엘린


<aside> ✉️ 발신인 [새로울](https://leogi-desk.notion.site/2b1f793a3e2b46b1b6b778431365510a)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단어 선택이 포근했어요. 꽃바람 12번지, 고드름 열리는 마을, 토끼풀 공원.. 따뜻하고 동화같아요. 중간에 꽃가루 학회 부분이 사랑스러웠어요. 꽃가루 알러지 있는 사람에게 괜찮은 꽃가루 연구는 없냐고 묻는 것이나, 있다고 대답하는 것이나. 꽃가루 학회라는 말과 소재 자체가 귀여웠어요. 꽃가루를 연구한다니 정말 낭만적이네요. 전체 스토리를 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휘두른, 다른 사람을 달가워하지 않던 주인공이 마술사와 푸른 리본 숙녀에게 애정을 품게 되고 나아가 세상(분홍 꽃밭으로 표상된)을 사랑하게 되는 흐름을 의도하신 거 같은데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진행이라고 생각해요. 동화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혹 참고할 만한 책을 찾으신다면 유령의 마음으로(임선우) 추천합니다. 읽는 내내 울 것 같은 단편집이에요. 쓰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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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https://leogi-desk.notion.site/a102837b87aa43bf924270a2e05e3577)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안녕하세요, 엘린님. 보드랍고 편안한 분위기에 소박한 감성을 담아, 은은하고 우아한 여운이 남는 "분홍색 휴식" 잘 읽었습니다. 엘린님께서는 묘사를 하실 때에는 눈에 보일 듯이 선명한 장면을 성실하게 담아내셨고, 서술은 담백하고 포근하게 이어나가셨어요.

특히 인물들과 세상에 대한 시선이 다정하면서도 꾸밈없습니다. 이 부분이 제게는 가장 인상 깊었어요. 제목부터 도입부, 마지막 한 줄까지…엘린님의 글에 묘사된 인물들과 세상은 마술적 사실주의처럼 느껴질 만큼 환상적이고 낭만적입니다. 하지만 엘린님께서는 그 낭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구태여 화려한 미사여구를 쓰거나, 인물들을 무작정 무결하게 묘사하시진 않으셨네요.

그 예로, 기차 안에서의 대화 장면에서 제가 가장 주목하게 된 것은 검은 코트 숙녀의 피로감-다른 사람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권태였어요. 이러한 인물상 덕분에, (무작정 달콤하고 무결하게만 묘사했더라면 자칫 붕 떠버릴 수도 있었을) 글의 분위기에 적당한 현실감이 잡혔습니다.

다른 두 인물은 훨씬 스스럼 없는 태도를 보여 검은 코트 숙녀를 경계하게 만들면서도, 입에 올리는 화제는 놀라우리만치 비침습적입니다(상대방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시의적절하면서도 분위기를 돋우죠. 적확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죄송합니다…)

이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편안한 대화상대인 두 인물 덕분에 검은 코트 숙녀의 피로감과 경계가 한결 누그러지고, 다정한 온기가 차오르며 그 온기가 결말까지 이어지는 멋진 글이었습니다.

이렇게 이상과 낭만, 현실감이 적절히 어우러진 사랑스러운 글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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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김짓숴](https://leogi-desk.notion.site/62d2321895ad4ea4ba7353ee589a8d28)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읽는 내내 든 생각은 와,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동화 같은' 판타지였어요. 본디 판타지를 읽다 보면, 특히나 동네를 번지수 등으로 구역 구역 특징별로 나누어 놓은 판타지를 읽다 보면 쉽사리 열차나 기차나 첫 무대가 되곤 하잖아요. 그 때문인지, 열차에 뭉친 세 사람의 등장만 보고서도 마음이 마구 두근거렸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편안하고 아름다운 아이디어를 내실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꽃가루 학회라니...! 고작 직장인이 마술사 모자라니...!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너무 당연하게 나누는 지점이 판타지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이런 달콤한 동화적인 판타지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때문에 뭔가... 객관적인? 어떤 비평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이 조금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ㅎㅎ

아주 낭만적이고 따뜻한 세계를 그려냄과는 별개로, 서술자의 서술 표현이나 시선 같은 것은 무척 단정합니다. 담백하고요. 무언가가 많이 꾸며져있고 문장 자체가 낭만적이라든지 화려하다든지 하지 않음에도, 그럼에도 이 세계의 향취가 물씬 느껴지는 것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요. 단정한 문장들임에도 '괴짜' 혹은 '유난'으로 느껴질 수 있는 등장인물들을 아주 다정하게 대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서술자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들임을 드러내고 있단 느낌을 받았어요.

"단어에 맛이 있다면 요람은 단내가 뚝뚝 흐를 것이다. 여인은 입안에 굴러다니는 단 맛을 잠시 음미했다." 전 이 문장이 정말... 충격적일 만큼 좋았습니다. ...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딱 보자마자 어떻게 이런 문장이 나올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말을 입안에서 굴린다는 표현은 애당초 존재하는 표현인데, '굴린다' 혹은 '굴러다닌다'라는 것이 실제로, 정말 동사의 아주 그대로 된 의미로 이렇게 재현된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인 센스라고 느꼈습니다. 저도 입안에 순간 꿀 맛이 확 퍼트려진 느낌이었어요. ㅎㅎ 금빛 물결 2번지가 하필 빵이 유명하단 것도 좋았습니다. 금빛 물결이 밀밭을 나타내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도 처음엔 이들을 보면서, 아름답긴 한데...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렇게 말을 거는 목적이 있겠다, 혹은 대체 왜 이렇게까지 신났지, 하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검은 여인께서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도, 여인께서도 차츰 알게 되지요. 이들의 대화엔 장벽이 없다는 것을.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꽃가루 학회 연구자의 이야기도, 금빛 물결 2번지엔 빵이 유명하단 이야기도, 그 어떤 이야기든 괜찮다는 것을요. 단지 서로의 이야기만이 목적이고, 사실 이 대화엔 '목적'이랄 것이 없다고 보는 게 마땅할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목적이 없는 행위란 것은 피로도가 없는 행위라는 것이고, 전 이들의 대화 자체가 거의 '휴식'과 동일시되는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여인이 이들의 대화를 불편치 않게 느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 그 '휴식'에는 색이 생기지 않습니까. 아주 선명하고 아름다운 분홍빛의 색채가요. 꽃가루 학회 연구원분께서는 파란 리본을 자꾸 드러내시는데, 체감상 여인은 단지 여인으로만 호칭되고 심지어 색이 표현되어도 '검은색'만이 등장하지요. 아마 이 이야기의 종착지는 이 여인도 자신을 나타내는 색을 찾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람이란 것은 쉼을 의미하는 동시, 흔히들 삶의 시작을 표현하는 데에도 쓰는 단어잖아요. 자신의 속에 숨겨져있던 진분홍색을 드러내는 것이 이 휴식의 가치가 아니었을까 했습니다. 분홍빛 물결 앞에서 깊은숨을 몰아쉬며 개운한 웃음을 짓고 있을 여인이 훤히 그려졌어요. 상쾌하고 기쁜 여운이 오래 남는 마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또, 좋았던 포인트 중 하나는 꽃밭이 바로 앞에 있단 것이었어요. 굳이 찾지 않아도, 굳이 멀리까지 나서지 않아도, 분홍빛 파도는 이미 여인의 코앞까지 달음박질쳐 다가와 있잖아요. 대화에서도 계속 의미를 찾으려 하고, 꽃밭도 어디 있는지 찾아내야 하겠다는 생각과 각오를 했었을 여인에게 그 무엇도 구태여 찾아낼 필요 없었던 오늘은 아주 깊은 의미를 갖게 될 거예요. 엄청 값진 경험이겠지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딱 처음부터 열차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세계관도 그렇고, 이야기를 읽는 내내 '양말도깨비'라는 작품이 떠올랐기도 했습니다.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세계를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세계관이 있다면 자꾸 자꾸 읽고 싶을 만큼 행복한 세계였어요. 정말 감사히 읽었습니다. 부디 오늘이 분홍빛 꽃밭처럼 편안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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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유채하](https://leogi-desk.notion.site/619f31e0da834f6e880885330ba2fdd6)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안녕하세요, 엘린 님. 이렇게 엘린 님의 글을 읽을 수 있음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설레게도 이번이 제 첫 감상문이네요.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많은 고민 끝에 적어봅니다.

전체적으로 글 전문에서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복닥복닥한’, ‘오락가락’, ‘샤르륵샤르륵’ 이런 표현이 많아 문장이 흥미롭고 재밌게 느껴졌는데, 이 점이 글의 매력을 더해주는 것 같아요.

또, ‘마술사 모자 신사’, ‘푸른 리본 숙녀’ 등의 인물 묘사나 ‘꽃바람 12번지’, ‘꽃가루 학회’, ‘금빛 물결 2번지’ 같은 표현으로 정말 동화 느낌이 물씬 났습니다. 이런 표현에서 작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정말 동화적인 표현이 탁월했다고 생각해요.

제목을 분홍색 휴식이라고 지으셨는데, 이것도 정말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엘린 님의 글을 읽는 내내 저 자신이 따스한 햇볕 아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또 사랑스러운 글이라고 생각해요.

의도하신 대로 전체적으로 동화처럼 느껴졌지만, 한편으론 어딘가 시적으로도 느껴졌는데요. 제가 하나의 글을 봤을 뿐이지만, 글에 녹아든 어휘나 글의 분위기를 보건대 이런 표현력이 엘린 님의 강점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설명란을 보았을 때 3년 전의 글이라는 걸 봤었는데, 현재는 어떤 글을 쓰고 계실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요.

정말 좋은 글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려요. 덕분에 좋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음 감상회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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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스러기(모임장)](https://leogi-desk.notion.site/cf710743e0884563ac1257d031a44641)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엘린님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참 따스해집니다. 조금은 판타지 같기도 한 지명들이나 사용하신 단어들이 참 몽글몽글하다는 느낌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 글의 배경이 산업화가 얼마 안 된 유럽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검정 코트 여인은 참 보통의 사람이고, 나머지 두 사람이 조금은 이상한 사람이겠지요. 차가운 쇠로 만든 기차에 오른, 검정 코트에 털모자에 스타킹까지 쓴 여인의 차림새는 사실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남들의 눈에 띄지 않고 싶어하기까지 하는 듯한 태도마저도 말이죠. 뒤에 탑승한 승객들은 그런 검정코트 여인에 비하면 지나칠 정도로 명랑합니다. 사근사근 말을 걸어오는 승객들에게 여인은 뻣뻣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죠. ‘왜 저래?’ 이런 느낌으로요.

그러나 사실은 그런 여인도 검정 코트 안에 진분홍 원피스를 입고있는 낭만을 아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검정 코트 여인은 두려웠던 것이겠지요. 남들과 다름을 ’틀렸다‘라고 말하는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누구나 현실에 순응하고 살아가지만, 또 누구나 가슴에 품은 꿈이 하나쯤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포근하고 다정한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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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감상이 늦어 죄송합니다..! 따뜻하고 반짝반짝한 글이네요. 짧지만 뭔가... 저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글이었어요.

우선 첫 도입부를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특별히 세계관이나 시대에 대한 부연설명이 없어도 배경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것이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는 많이 다른 세상인데도 말이에요. 단순하고 간단한 묘사만으로 그 세계관을 구축하신게 놀랍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커다란 사건도, 복잡한 설정도 없이 세상에 대한 통찰을 담은 글이라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읽으면서 아... 이게 사람이고 삶이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추상적인가요?ㅎㅎ 저도 굳이 따지자면 검은 옷의 여인에 속하는 사람이라, 다시금 마음을 열고 다정한 시선으로 세상을 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거든요. 어딘가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떠오르는 글이었습니다.

덕분에 깨달은 건데, 저는 글을 쓸 때 사건과 갈등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글을 통해서 그게 아니어도 괜찮구나, 충분히 마음을 울릴 수 있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그 누가 읽어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된 채로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는 이야기예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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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수신자 엘린 님의 답신이 도착했습니다.


To. 새로울

제가 의도한 바를 그대로 찾아내주셔서 기뻐요. 동화같은 아름다운 한때를 그려내고 싶었어요. 각박하고 차가운 현실이지만 분명 마술사처럼 유쾌하고 살가운 사람과 푸른 리본 숙녀처럼 고요하며 열정 있는 사람들이 숨어있을 거라 믿으면서요. 동화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는 말이 좋아요. 무엇이 되었든 온기가, 희망이, 행복이 잔존하는 세상이 어딘가엔 꼭 존재한다는 것 같아서요. 참고할 만한 책 추천 감사해요! 세세하게 생각해주신 게 느껴져서 기뻐요. 읽어봐야겠네요. 감상 감사합니다:)


To. 귤

안녕하세요, 귤 님. 세심하고 힘이 되는 감상 감사합니다. 묘사가 제대로 전달될지 궁금했는데 선명했다니 기쁘네요. 글을 쓰면서 이 세상 어딘가엔 이런 달콤한 꿈같은 틈새가 있길 바랐어요. 그러나 그곳이라고 완전무결할 순 없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검은 코트 숙녀를 넣은 게 맞아요. 현실의 수많은 검은 코트 숙녀들이 이 글을 통해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랐거든요. 다른 두 인물이 비침습적이라는 표현이 좋아요. 오지랖보다는 따스한 정에 가까운 인물로 묘사하고 싶었는데 그걸 잘 잡아주셔서 기쁘네요. 이상과 낭만, 현실이 언제나 절 괴롭게 했는데 글로 잘 표현됐다니 다행이네요. 기쁜 감상 감사합니다!


To. 김짓숴

세상에나, 너무 기쁜 감상 감사합니다!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 이상으로 읽어주신 것 같아 가슴이 벅차네요. 아름답고 달콤한 동화를 저도 참 좋아해요. 판타지라 가능한 말도 안 되는 비현실성도 사랑하고요. 그래서인지 짓숴 님의 마음에 더 맞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편안하고 아름다운 아이디어라는 말이 포근하게 와닿아요. 글 속 세상을 반짝이는 걸로만 빚어내고 싶었거든요. 감사합니다. 쓰는 내내 사랑스러움을 덜 수 없던 이야기였어요. 그게 짓숴 님에게 보인 것 같아 무척 신나네요. 분홍빛 휴식 속 세계를 만족스럽게 즐겨주신 것 같아 행복합니다. “단어에 맛이 있다면 요람은 단내가 뚝뚝 흐를 것이다. 여인은 입안에 굴러다니는 단 맛을 잠시 음미했다.” 이 문장은 저도 참 사랑하고, 즐겨쓰는 표현이에요.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꿀 맛이 퍼진 것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니 정말 기뻐요! 금빛 물결이 밀밭을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의도하진 않았는데 이렇게 연관된 게 재밌네요. 찾아내주셔서 감사해요! 검은 코트 여인에게 기차에서의 대화부터가 휴식이길 바랐어요. 그 점이 잘 전달된 것 같아서, 계속 언급했지만 정말 기뻐요. 제목을 먼저 정했던 만큼 여인에겐 선명한 분홍색이 상징으로 있었어요. 그러나 일상에 지쳐 모든 걸, 마음을 걸어잠궜죠. 짓숴 님 말씀대로 이 이야기는 여인이 자신의 지워진 색채를 찾아가는 여정이에요. 꽃밭이 바로 앞에 있었던 건 네잎클로버를 찾는 사람들이 생각나서였어요. 행운을 찾아 수많은 행복(세잎클로버)를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행복(꽃밭)이 멀리 있지 않다고 오히려 마중나와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양말도깨비 언급에 정말 놀랐습니다. 실제로, 양말도깨비를 떠올리며 이 글의 아이디어를 얻었거든요. 정말 관찰력이 세심하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캘리그라피 감사합니다. 분홍색이 탁 퍼지는 느낌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글씨가 부드럽지만 힘 있게 쓰여진 것도 마음에 쏙 듭니다. 이 세계관이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면 꼭 톡방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덕분에 행복한 하루가 되었어요 짓숴 님도 즐겁고 평온한 날 되시길 바랄께요!


To. 유채하

안녕하세요 유채하 님 기쁜 감상 감사합니다! 사랑스러운 글이길 바라며 어휘를 골랐었는데 잘 전달된 것 같아 뿌듯하네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르셨다니 그 동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큰 영광이에요. 동화적인 표현이 탁월했다는 칭찬도 정말 기뻐요.

신기하게도 제목이 다른 때에 비해 쉽게 지어졌습니다. 아마 그 글의 운명이었지 싶어요. 제목에 담긴 분위기와 장면을 생생히 맛보신 것 같아 벅찹니다.

시적으로도 느껴졌다는데서 놀랐어요. 실제로 시도 쓰고 있거든요. 이 표현력이 제 확실한 강점이 되도록 더욱더 갈고닦아야겠어요. 감사합니다. 3년 전의 글이지만 지금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늘 최선을 다해 쓰고 있으니 현재의 글로도 감상회에 참여해보고 싶어요.

유채하 님의 따스한 감상을 원동력으로 오늘의 글을 써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To. 스러기

스러기 님 따스한 감상 감사합니다! 최대한 둥글고 보드라운 단어와 세계를 골라냈는데 그 디테일들을 잘 봐주신 거 같아 기쁩니다. 산업화가 얼마 안 된 유럽이라 느꼈다 하셨는데 제가 상상한 풍경도 비슷해요! 다만 지구와는 달리 좀 더 희망과 낭만과 다정이 있는 풍경을 생각했어요. 푸른 리본 숙녀와 마술사 모자 신사가 자연스러운 풍경을요. 하지만 검은 코트 여인만 보자면 스러기 님의 감상이 더 맞게 느껴지네요. 남들과 다른 게 ‘틀린’ 게 되는 이 세상에서 다름이 인정되는 보드라운 세계를 쓰고 싶었어요. 잘 전달된 것 같아 한없이 기쁩니다. 분홍색 휴식은 확실히 어린아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에요. 검은색으로 꽁꽁 둘렀지만 그 속에는 오색찬란함이 있음을 어른이 된 아이들이 잊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멋지고 감각적인 캘리그라피 감사합니다:) 글자들이 와글대는 거 같아 웃음이 절로 지어졌어요!


To. 고

안녕하세요, 고 님! 늦든 빠르든 감상을 읽는 것만으로 충분히 기쁘고 감사하니 괘념치 마셔요 단순하고 간단한 묘사만으로 세계관이 잘 드러났다니 다행이네요. 아마 글을 쓸 때 풍경을 생생히 떠올려준 제 머리가 커다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세상에 대한 통찰이 담겼다니 과분한 칭찬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게 사람이고 삶이지… 라는 감상이 짧지만 핵심을 담았다고 생각해요. 사람에 대해, 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삷에 대해 고찰하길 바라며 적어내려간 글이니까요. 저도 분류하자면 검은 코트 여인과 같은 원 안에 서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나 그럼에도 정말 그럼에도 희망과 낭만과 다정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정만이, 사랑만이 인간을 살게 하니까요.

제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기뻐요. 고 님이 쓰실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따스한 감상 정말 소중히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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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우짬](https://leogi-desk.notion.site/80a921d6c1ad404988649ff883c9ee48)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크게 두 가지 키워드로 읽었습니다: "색깔"과 "폐쇄와 개방" 단순한 그림체의 흑백(->포인트컬러->엔딩 장면에서 풀컬러) 애니메이션을 연상하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스토리보드 같은 게 머릿속에서 그려져서 좋았어요.

'분홍색 휴식'이라는 제목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색깔이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검은 털모자, 선글라스, 코트까지 본다면 그것이 어떻게 분홍빛이 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게 되죠. 차가운 겨울 햇살과 같은 묘사 역시 여전히 흑백의 세상입니다. 그러나 깡마른 체형의 숙녀가 푸른 리본을 달고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흑백 세상 속에서 포인트 컬러만 들어간 장면이 연상돼요. 뭔가 색깔이 존재하는 세상의 시작...이라는 느낌. 폐쇄적인 측면에서는 주인공인 여인이 모든 것을 꽁꽁 싸매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을 열고 있지 않음이 드러나서 좋았어요. 기차에 몸을 실을 뿐이지 리본숙녀나 모자신사처럼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리라는 점을 초장부터 드러내주는 직관적인 장치인 거죠. 근데 옆자리 사람들은 신나서 떠들고... 누군가 말 걸 거라는 게 너무 명백하고... 스트레스받고... 근데 와중에 휴가지 정보나 들읍시다 < 이거 웃겼어요 이사람 실용적이네! 와중에 요람이라는 단어나 꼭 누워봐야겠다거나... 현생때문에 인간과 대화하고 싶지 않고 지쳤을 뿐이지 원래부터 막 세상이 다 싫다... 이런 건 아니라는 게 보여서 좋고. 휴가지에 도착하지 않아도 개방과 재생이라는 측면에서 휴가가 이미 시작된 것 같기도 하네요. 엔딩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도 좀 놀라기도 했고ㅋㅋㅋㅋㅋ 내리자마자 분홍 꽃밭이 존재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아요. 모자신사가 꼭 "가야한다"라는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마지막에 검은색이 하나하나 떨어져나가고 분홍으로 물드는 게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습니다. 마음이 포곤포근해지네요...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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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수신자 엘린 님의 답신이 도착했습니다.


To. 우짬

안녕하세요, 우짬 님! 기쁜 감상 감사합니다:) 분홍색 휴식은 저도 놀랄 정도로 머릿속에서 장면이 또렷하게 떠오른 글이었어요. 흑백에서 시작해서 하나둘 색이 떠오르는 것처럼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여러가지 장치들을 넣었지만 그걸 받아드리는 건 독자분들이니, 제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고민한 부분들이 잘 전달된 것 같아 정말 기쁩니다! 약간 실용적인 부분이 있는 게 검은 코트 여인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 같았어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세상에 지친 사람일 뿐인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휴가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휴가가 시작된 게 맞아요. 사람에게 지친 마음을 사람으로 치유받게 해주고 싶었어요. 엔딩은 짧고 굵게 하고 싶었어요. 다짜고짜 분홍 꽃밭을 배치한 게 너무 급할까 하고 생각했지만 바로 있는 게 시각적으로도 더 충격적일 거라 생각했어요. 즐겁게 즐겨주신 것 같아 정말 기쁩니다. 감상 정말 감사합니다. 뒤늦게 받아서인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무척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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