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img src="/icons/hashtag_lightgray.svg" alt="/icons/hashtag_lightgray.svg" width="40px" /> 수신인 님의 글

의리 내용 출처 표기 후 외부 공개 (가능) 발췌한 글로 토론 및 비판적인 피드백 (가능)


사랑이 변하나요? 죽을 때까지 약속 아닌가요?: LOVE PARRADE

※ 현재 비공개된 글입니다.

제11회 의리 참여자

보내는 사람 [새로울](https://leogi-desk.notion.site/2b1f793a3e2b46b1b6b778431365510a), 엘린, [](https://leogi-desk.notion.site/a102837b87aa43bf924270a2e05e3577), [스러기(모임장)](https://leogi-desk.notion.site/cf710743e0884563ac1257d031a44641), [비어트리스](https://leogi-desk.notion.site/0837b77283024c9bbf43c15af4609c70), [김짓숴](https://leogi-desk.notion.site/62d2321895ad4ea4ba7353ee589a8d28)

받는 사람


<aside> ✉️ 발신인 [새로울](https://leogi-desk.notion.site/2b1f793a3e2b46b1b6b778431365510a)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뇌 빼고 쓰셨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굉장히 편하게 술술 읽히는 가독성 좋은 글이었어요. 밋밋하다고 하시는데 저는 억지스럽게 꾸며낸 문장과 영탄조를 안 좋아해서 읽기 편했고 오히려 몰입도 잘 됐어요. 진짜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현실적인 문체라 1인칭의 매력이 돋보였습니다. 문체에 대한 고민은 크게 안 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시처럼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장도 좋지만 현실적이고 잘 읽히는 소설은 그거대로 좋거든요.

데뷔초? 전? 부터 오랫동안 자신을 좋아해주던 팬을 그리워하는 연예인이라는 소재가 (좋은 의미로) 특이했어요. 팬이랑 연애를 하는 건 사실 뻔한 소재일 거 같은데.. 날 좋아하던 팬, 초반부터 좋아해줬으니 기억 못 할 리가 없는 팬이 어느순간 안 보여서 나는 이제 유명해졌는데도 못 잊겠다-. 라는 서사가 참신하고 재밌었습니다. 연애를 한 것도 차인 것도 아니라서 잡을 바짓가랑이도 없다. 신선한 묘사였어요.

읽으면서 어떤 연예인이 한 말이 떠올랐어요. 연예인과 팬의 관계는 언뜻 보면 팬이 매달리는 거 같지만 사실 반대라고. 팬은 연예인을 언제든지 볼 수 있지만 연예인은 팬이 먼저 찾아와주지 않으면 보러갈 수 없다고. 그래서 연예인이 팬에게 매달리는 관계라고..

개인적으로는 억지로 아름다운 문장을 쓰려고 하시기보다 본연의 장점인 참신한 소재 찾기에 힘을 써서 가독성 좋은 소설을 쓰시면 좋을 거 같아요. 사실 글을 읽는 가장 첫번째 이유는 재밌어서잖아요? 그런 오락성을 충족하는 글을 잘 쓰실 것 같아요. 쉽게 말하면 순문학보다는 상업 소설이 적성에 맞으실 거 같아요! 초반에 휴대폰 화면처럼 나오는 부분도 그런 인상에 한 몫 했습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읽으면서 감정을 건드린다는 느낌은 별로 못 받았어요. 분명 술술 읽히고 재미도 있고 이해도 되는데 몰입은 안 됐다고 할까요? 일부러 크게 고민하지 않고 쓰신 글이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한데 어쨌든 소위 과몰입하게 만드는 지점을 많이 만들면 좋을 거 같아요. 결국 마니아 팬층은 그런 부분에서 생기더라고요.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쓰느라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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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엘린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안녕하세요 고 님. 글 잘 읽었습니다. 밋밋하고 특색없다고 하셨는데 저는 슴슴하고 기본기가 탄탄해서 읽기 좋다고 느꼈습니다. 또 그냥 슴슴한 게 아니라 나름의 감칠맛이 있어 내용을 열심히 따라가게 됐어요. 사건이, 내용이 진행되는 속도나 단계도 안정적이어서 매끄러웠고요. 굉장히 밑바탕이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화려한 문체는 사람을 현혹하지만 자칫 산만해질 수 있잖아요. 고 님의 문체는 현혹적이진 않지만 고요하고 묵직한 새벽의 숲 같아요. 그래서 여운까지 즐길 수 있는 글이 나온 것 같습니다. 단점은...... 글쎄요, 저는 충분히 즐거이 읽었습니다만 자극적인 소재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어필이 안 될 것 같아요. 근데 이건 취향 차이이기 때문에 장점을 극대화시키는데 집중하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고 님이 편하게 쓴 글을 더 자주 보면 좋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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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https://leogi-desk.notion.site/a102837b87aa43bf924270a2e05e3577)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안녕하세요, 고님. 돌판을 잘 알지 못해 해당 인물들에 대해 모르는 상태로 읽었음을 일단 언급해둡니다.

지문처럼 독특한 고님만의 특색을 고민 중이시라면, 제게 있어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사실적이면서도 진솔한 묘사와 서술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비행기에서 유료 와이파이를 결제해가면서까지 안절부절 못하고 자기 팬의 종적을 뒤지는 민균의 자괴감이 굉장히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텍스트 기호를 써서, 화면의 검색 기록과 자판 배열까지 묘사해두신 부분이 특히 생생하게 두드러졌습니다.

민균은 착실하지만 다소 순진한 성격으로 묘사되는데(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 그룹으로 데뷔하고, 팬싸를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묘사되는 민균의 속내를 보며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탄탄하지 못한 자신의 입지에 고민이 많은 와중에도 팬의 기대에는 성실히 부응하려 드는 팬싸에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동시에, 민균의 그런 성격 덕분에 팬싸에서 처음 대면한 승준의 존재감이 확 도드라집니다. 승준이 민균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였는지가 굉장히 잘 와닿왔어요. 덕분에 그 이후, 승준의 부재에 안달내는 민균의 마음도 절절하게 이해하게 되고요.

사랑받고 싶은 마음, 스스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미련을 떨치지 못해 자괴감이 드는 행동을 하게 되는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잘 나타나 있어서, 민균의 감정에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었어요.

다만 승준이 자취를 감췄던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은 것 같아서(제가 읽다가 놓쳤는지도 모르겠지만) 의문을 품은 채로 글이 끝나는 데서, 독자로서는 약간 아쉬움을 느꼈어요.

결과적으로, 감정선이 굉장히 생생하게 살아있고, 주인공의 캐릭터를 잘 살려낸 글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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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스러기(모임장)](https://leogi-desk.notion.site/cf710743e0884563ac1257d031a44641)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안녕하세요, 고님. 이 감상문은 작중 주인공이 되는 그룹의 관계성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글을 읽고 작성하였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고님이 본인의 글이 밋밋하고 특색 없는 글이라고 표현하셔서 우선 문체 위주로 글을 읽어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노랫말처럼 모든 문장이 서정적인 단어로, 화려하고 아름답게 써내려가는 글만이 좋은 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장르마다, 또 작품마다 제각기 어울리는 문체가 있고, 그런 의미에서 고님의 문체는 밋밋한 쪽이라기보다는 깔끔하고 담백한 쪽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남들이 읽기에 술술 읽히는 가독성이 좋은 문장 또한 하나의 특색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혼잣말이나 생각, 작은 중얼거림이 대사가 아닌 지문에 어우러진다는 점? 그래서 고님이 하고 계시는 ‘내 문체는 특색이 없는 것 같다.’라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ㅎㅎ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분들도 지적하신 부분과 결을 같이 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승준의 서사와 감정선이 잘 드러나지 않은 채로 모호하게 이야기가 끝난 것이랄까요. 민균의 서사에서는 읽는 제가 그룹의 관계성을 모르는데도 감정이입을 하게 될 정도로 그 초조함, 불안감, 섭섭함, 아쉬움, 절절함 등이 잘 느껴졌는데, 승준의 이야기가 드러나지 않았다보니 엥? 여기서 끝인가? 그래서 승준은 왜 떠났던 건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부분은 제가 두 사람의 실제 캐릭터성을 잘 모르기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아는 팬분들이라면 좀더 몰입해서 읽을 수도 있었을 것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민균의 서사이지 승준의 서사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물론 이 점은 아마 고님이 이 글을 퇴고 없이 떠오르는대로 쓰셨기 때문에 나타난 듯합니다. 고님의 포스타입 글 중 같은 커플링으로 쓰신 글 몇가지를 살짝 훑어보았는데 평소에 인물의 서사쌓기가 부족한 분은 아닌 것 같았어요. 글을 검토하고 퇴고할 시간과 여유만 있다면 읽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과 과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겠구나 싶었답니다.

수려하고 알록달록한 문체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가독성 좋은 깔끔한 문체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오히려 대중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체적인 부분은 크게 걱정 없이 글 쓰셔도 괜찮을 듯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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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비어트리스](https://leogi-desk.notion.site/0837b77283024c9bbf43c15af4609c70)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저는 아이돌을 적게 아는 편은 아닌지라, 온앤오프의 최근 앨범도 재미있께 들은 사람입니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글 속 사이사이에 정말 팬이어야, 그리고 일명 트위터 돌판을 겪어 봐야 알 수 있는 내용이 보여서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계폭한 걸로 알고 있는 유저 뽀송이의 특유 글 내용이 보이기도 한 부분에서 더욱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이돌과 팬의 관계는 아이돌이 갑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팬이 갑인 관계로, 모든 걸 다 퍼주지만, 언제든 손을 놓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본 적 있는데요. 이 글에서 그걸 다시 한 번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데뷔 초부터 나를 봐주었던 사람, 그런데 훅 사라져버리고 연락할 방법도 없는 부분을 잡아주신 게 좋았어요. 전체적으로 그 방황이 좀 더 길었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문체가 꽤 속도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전체적인 글도 빠르게 읽혔는데 그 장점을 살려서 지금같은 속도감을 유지하다가 깊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에서 속도를 늦춘다면 훨씬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민균은 바람이라도 쐘 겸, 부분에서는 원형이 '쐬다'라서 '쐴'이 올바르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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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김짓숴](https://leogi-desk.notion.site/62d2321895ad4ea4ba7353ee589a8d28)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Untitled

개인적 사정으로 인하여 감상문이 늦어졌습니다. 이미 새 회차가 시작된 와중 감상을 보내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전 해당 아이돌 분들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1차 창작을 읽듯 읽어나갔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제목부터 무척 패기 넘친다, 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대체 이 발언의 화자가 누구지? 라는 궁금증을 갖고 글을 읽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제목의 문장이 발화자의 캐릭터성을 이해하는 데에 무척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글을 열자마자 딱 발언의 주인공이 보였습니다. 민균 씨더군요. '삐딱하게'의 가사를 보고서도 한참 웃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를 하나의 은유 매개체로 삼아 활용하시는 걸 무척 잘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목의 패기가 '삐딱하게'라는 노래랑 너무 잘 어울렸고, 민균 씨가 느끼는 감정이 확 와닿았거든요. 효과적인 비유?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와이파이에 대한 묘사도 그렇고, 현실적인 요소로 하여금 캐릭터의 정서를 독자에게 확 와닿도록 하시는 힘이 무척 강하신 것 같아요. 사실 로맨스의 감정이라는 건 너무 흔하거나, 추상적이거나, 유치하게 와닿기가 무척 쉬운 감정인데... 그걸 무척 유쾌하고 순진하게? 조금은 철없게? 너무 재미난, '민균 씨만의' 방식으로 풀어내신 것 같아요. 완전 처음부터 민균 씨의 일면 순진한 캐릭터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넘어가 이후 전개에 몰입되는 것이 편안했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고 또 궁금하게 만드는 데에 더불어, 주인공의 캐릭터까지 이해시키는 무척 유의미한 도입부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균 씨는 정말... 순진한 사람이구나. 아니, 순수라는 표현이 더 잘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볍기만한 사람 같지는 않아요. 사실 '아, 나, 연예인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애.' 라는 생각이 한순간 '아, 나, 연예인 하길 잘한 것 같애.'로 바뀌는 사람이라 하면 되게 단순한 사람이구나 싶을 수 있는데, 그 별것 아닌 한순간 또 한 사람 때문에 수많은 유혹과 고통들을 버텼다는 것에서... 어쩌면 오히려 순수 속에 독기가 서려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단 느낌을 받았거든요. 쉽게 보였는데 까놓고 보니 그렇지가 않은 사람들 있잖아요. 뭐야 너... 그... 그렇게까지 진심이었어...? 하게 되는 사람들. 그만큼의 무게감을 가진 사람이란 것이 와닿아서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척이나 순수한 사랑이다... 하고요. 물론... 너무한 의미로의 순진과 단순함이 분명 있는 사람인 것 같긴 합니다마는... ㅎㅎ (이후 '혹시 내가... 질렸나?'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나, '우리 관계라면 이 정도 디엠은 괜찮잖아.'라고 생각해버리는 부분들을 보면 말이에요.)

"햇살이었다. 활자에는 채 담기지 못했던 진심이 햇살처럼 밀려들었다. 민균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이 장면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란걸. 앞으로 이 순간을 원동력 삼아 삶을 헤쳐 나갈 것이란걸." 개인적으론 이 장면이 정말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차마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단지 그 순간이 오롯이 그대로 영상을 찍은 듯 시각적인 클립으로만 남아있을 뿐인... 그 장면 자체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는 그 순간만의 감정들이 있잖아요. 그 벅참, 어쩌면 버거움에 가까운 마음을 너무 잘 표현한 문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간 눈앞에 민균 씨가 보았을 장면이 사라락 그려졌거든요. 단지 상상할 뿐인 제게도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민균 씨한테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싶기도 했어요. 🥹

민균 씨의 일명 '순애'에 대한 감탄 이후, 이 글을 이끌어나가는 가장 큰 힘은 민균 씨의 햇살이 된 승준 씨가 도대체 왜 종적을 감췄는가였죠. 저도 도대체 그 답이 무엇인가를 너무나도 알고 싶어서 마구마구 글을 읽어나갔습니다. 전 사실 '우리 관계라면 이 정도 디엠은 괜찮잖아.'라는 문장을 보고 머릿속에 엄청 큰 물음표가 떴었습니다. 뭐... 무슨 관계인데? (당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건) 팬싸 때 한 번 본 게 거의 다 아니야? 뭐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는데, 이후 서술들을 보니 ('민균이라는 호칭이 뀨니라는 애칭으로 변해갈 때까지···') 그 팬싸 이후로 제가 체감한 것보다 훨씬 수많은 시간들이 지났더군요. 순간 입이 좀 벌어지면서 저런생각을할만도한것같기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충격을 의도하신 거라면 무척 (적어도 저에게만큼은) 유의한 연출이었단 생각을 했어요. 다만 의도치 않으신 것이라면, 두 사람의 앞선 서사에 대한 빌딩이 또 단편적인 에피소드가 누군가에겐 조금은 연약하게 와닿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민균 씨는 포기를 하... 는 듯 했으나, 역시나 승준 씨에게 손을 뻗어버렸습니다. 주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물며 그 만류에 일부 동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지른 민균 씨다운 선택이었기에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다만 역시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에피소드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반복이 되고 정서가 쌓여야 하는데, 만남 한 번, 이별 한 번, 다시 만남 한 번, 포기 한 번, 결국 잡음 한 번, 결말 한 번. 이렇게 딱 한 맥락에 한 정서로만 진행되니까 두 사람의 이야기가 물 흐르듯 이어지거나 몰입되는 것이 아니라 좀 뚝뚝 끊기는 느낌이 납니다. 이 때문에 몰입이 마구 되기보다는, '그렇구나... 소중한 사람이구나...' 하고 맥락이 이해되기만 하는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리고 결말이 개인적으론 조금 갑작스러웠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바로? 또 이렇게 순탄히? 왜?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민균 씨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사실 민균 씨와 저희는 승준 씨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가 없고, 오히려 순수하게 내보인 마음마저 곡해하고 부풀려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그 덕분에 마지막 대답을 들었을 때 느낀 얼떨떨함과 '근데 왜?'라는 호기심, 하지만 그 모든 당혹스러움을 뒤로하고서 느껴지는 안도감과 크나큰 기쁨. 다행이다, 당신도 여전히 나였구나. 하는 그 마음. 그 모든 것이 민균 씨와 독자 사이 일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민균 씨의 입장에서 쓰였다 한들, 민균 씨의 마음만 많이 드러났지 승준 씨라는 사람이 너무 나타나질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해하거나 곡해할 만한 마음, 대사, 행동이 너무 적었던 것 같아요. 해피엔딩에 다행스러우면서도 '어쩌다가?', '왜?'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승준 씨의 등장이나, 승준 씨의 마음을 해석할 단서들이 나타났다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해요.

다만 여타 감상들과 별개로, 엔딩에서 너무 좋은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ㅠㅠ 수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국 결론은,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다시 요 근래 그러했듯 혹시나 영영 못 보게 된다면... 가장 마지막으로 꺼내야만 할 가장 어떻게든 전해야만 할 이야기는, 단지 좋아한다는 마음뿐이었다는 것과... 어느새 키가 커진 민균 씨에 대한 승준 씨의 체감이라거나... 🥹 그럼 얼마나 오랜 세월을 함께한 것인지 새삼 놀랍기도 하고, 약간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ㅠㅠ 키에 대한 표현이 정말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밋밋하고 특색없는 글이라는 걱정을 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딘가 '부족한' 그러니까 밋밋하다거나 조금 빈 것 같다거나 한 글이라는 느낌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아요. 혹시 만약 문체 때문에 걱정이 크신 것이라면 개인적으론 큰 걱정을 않으셔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체는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고, 저의 경우만 해도 전 고 님처럼 단정하고 깔끔한, 속도감 있는 문장들이 무척 부럽고 읽을 때도 즐겁거든요. 만약 글에서 가벼움을 느끼신다면, 정제된 표기법을 따라보시는 것도 좋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중간 중간 들어가는, 텍스트로 적혀질 수는 있지만 이 인물들이 내뱉는다고 생각되기엔 어려운 철자들을 언어화 시켜서 수정하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아아 아니'가 아니라, '아, 아, 아니······.'라고 쓴다거나, ㅎㅎ 나 '맞자나아ㅏ' 등 자음만 등장하는 표현을 줄인다거나, 느낌표나 물음표 등 기호의 수를 조금 줄여서 맞춰 쓴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에요. (어!!!!...어어... 누... 누구지...? → 어! ······어, 어······. 누, 누구지······?)

개인적으론 승준 씨의 시점도 무척 궁금해지는 글이었어요. 풋풋하고 순수한 민균 씨의 마음이 너무나 즐거웠고, 이들의 이후 이야기도 너무나 기대됐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적은 말 중 무례가 없었기를 바랍니다. 너무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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