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img src="/icons/hashtag_lightgray.svg" alt="/icons/hashtag_lightgray.svg" width="40px" /> 수신인 [세계](https://leogi-desk.notion.site/8ed489c9484c4824a5e7efaf2091867e) 님의 글
의리 내용 출처 표기 후 외부 공개 (가능) 발췌한 글로 토론 및 비판적인 피드백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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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새로울](https://leogi-desk.notion.site/2b1f793a3e2b46b1b6b778431365510a)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학생 특유의 치기어림이나 미성숙함 등이 글 곳곳에 묻어있어서 학원물답고 좋았어요. 나쁘게 말하면 클리셰지만 저는 그게 클래식이라고 생각하고 학원물은 클래식에 가까울수록 재밌는 거 같습니다. 특히 로맨스면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물이고, 인물이 곧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즉 인물이 매력있다면 그 소설은 그것만으로도 잘 쓴 소설이라는 거죠. 그런 면에서 좋은 소설이라고 느꼈습니다. 겉으로는 완벽해보이지만 속으로는 결핍이 있는 이 해. 그를 지켜보는 주인공. 아예 도입부부터 이해가 추앙받는 장면으로 시작하죠.
어떻게 저럴까 싶을만큼 완벽해보이는 사람, 살면서 다들 한번쯤은 봤을거예요. 그런데 알고보니 속은 멍들어있었던 사람도요. 이 해는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매력적인 인물이에요. 그래서 제목이 완전한 이해인 걸까요? 곯은 속까지 들여다봐야 할 수 있는 완전한 이해. 빛나는 겉모습만 보는 건 반쪽짜리 이해일 뿐이라서?
글 내내 주로 묘사되는 건 이해지만 전지적 시점이 아니라 주인공(이해의 애인) 시점이라서 주인공의 성격도 느껴졌어요. 완벽해보이는 인간일지언정 속은 썩어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는 기민함을 가지고 있고, 어쨌든 그런 완벽을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왜 나를 좋아하는 지 모르겠다며 다소 자존감이 낮은 듯한 모습도 보이고요. 또 그걸 대놓고 지적해서 어찌 보면 남의 상처를 후벼파지만 동시에 나는 그런 모습까지 포함해서 너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진솔함과 당돌함도 있어요.
짧은 글이었지만 의도하신 바가 뭐였는지 잘 보였습니다. 특히 인물의 내면과 심리 면에서요. 주인공과 비슷한 성격의 독자가 재밌게 읽을 거 같아요.
다만 작가님께서 언급하셨다시피 행동이나 사건 묘사가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이해하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좀 더 몰입되게 쓰면 좋을 거 같았어요.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글쓰기의 오랜 진리이면서도 여전히 작가들이 어려워하는 숙제인 거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1인칭 시점 자체가 나쁠 건 없지만 어쨌든 이건 로맨스이니 주인공이 두 명인 셈인데 너무 이해만 부각되어서 조금 관찰자 시점같이 느껴졌어요. 주인공은 이름조차 나오지 않고.. 확실히 행동 묘사를 보완하는 게 좋아보이는데 두 가지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영화를 직접 보는 것과 영화의 줄거리 요약본을 보는 것의 차이. 유머를 던질 때 굳이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설명을 덧붙이는 쪽이 독이라는 점.
독자들은 해석이 아니라 장면을 보고싶어하고 설명을 듣는 게 아니라 직접 느끼고 싶어해요. 주인공이 느끼는 바(이 해가 완벽을 연기하며 결핍을 숨기는 게 바보같다, 사람들은 바보같이 그것도 모른다, 저런 사람이 나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등등)를 문장에 직접 쓰지 말고 사소한 디테일을 통해서 보여주면 좋을 거 같습니다. 묘사가 풍부하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는 의도한 바를 알아챌 수 있고 그 점이 좋은 거거든요.
저도 요즘 비슷한 서사의 소설을 쓰고 있는데 많은 참고가 됐고 독자로서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단편보다는 설정과 스토리를 추가해서 장편으로 풀어내면 훨씬 더 재밌겠다 싶은 소설이었습니다. 쓰느라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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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엘린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속도감 있게 죽 읽어내려갈 수 있는 글이었어요. 글의 분위기나 색채가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 이 해에게 말한 모든 말들이 좋았어요. 왜 이 해가 주인공을 사랑하게 됐는지 명쾌하게 설명이 됐거든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 줄 숨구멍을 이 해는 직감적으로 알아봤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사실 처음에 이 해는 왜 주인공에게 사귀자고 했을까 하고 조금 의아했거든요. 의문이 해소돼서 좋았습니다. 이 해는 무척이나 명확하고 선명한 인물로 느껴졌어요. 굉장히 잘 짜였다고 생각해요. 완벽하고 싶은 인간. 키워드도 확실하게 뽑아졌고요. 그에 반해 서술자, 그러니까 이 해의 애인은 조금 두리뭉술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 캐릭터성이 의도였다면 그 또한 괜찮다고 생각해요. 읽는 독자가 이입하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만 그렇게 되면 둘의 로맨스가 약해지는 느낌이 들긴 하네요. 주인공이 누구든 될 수 있다는 게 되니까요. 상황 묘사에서는 저는 다 좋았는데 끝의, 옥상에서 숨는 장면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 그게 조금 아쉬웠어요. 음, 누가 오는 소리나 숨는 장소, 가까워진 이 해와 주인공의 거리 등의 묘사가 더 추가되면 더 장면을 상상하기 편할 것 같아요. 글의 분위기는 정말 좋았어요. 텁텁하고 어딘가 아지랑이가 이는 여름의 향기가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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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귤](https://leogi-desk.notion.site/a102837b87aa43bf924270a2e05e3577)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완전한 이해라는 타이틀에서부터, 이해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 언제 어떤 식으로 밝혀지게 될까, 주인공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대하면서 읽게 되는데 주인공이 이해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 독자로서는 즐거운 반전으로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이 글의 중점은 정제된 표현과 문장으로 세련된 글맛을 살리는 게 아니라, 난해한 인물과의 연애로 고민이 많은 10대 주인공이 느끼고 포착하는 세계를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주안점을 둔 글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물들의 대화도, 주인공의 서술도, 단어의 선택이며 감정선도 굉장히 풋풋하고 생동감이 넘쳐요. 이런 감정을 포착해내실 수 있어서 무척 부럽습니다.
행동 묘사&공간 묘사가 어렵다는 말씀을 제가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자면…인물들이 그 순간순간에 보일 만한 제스쳐나, 학교, 급식실, 옥상 등의 공간을 묘사하는 게 어렵다는 말씀이실까요?
이처럼 1인칭으로 쓰인 글에서 행동이나 공간을 묘사할 때는 화자(주인공)의 시각을 빌릴 수밖에 없으니, 이 부분은 주인공의 캐릭터나 감정선을 좀더 깊게 파고들어야 그 시각에 맞는 묘사가 나올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글의 주인공처럼, 언뜻 염세적으로 보일 만큼 건조한 캐릭터의 경우에는… 주변 인물이나 사물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말씀대로 공간&행동 묘사를 과감히 덜어내는 것도 얼마든지 괜찮은 선택이었지 않나 싶어요. 실제로 글을 읽으면서, 독자로서 부자연스럽거나 답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인공은 이해가 다른 이와 털어놓지 않는 이해만의 모습들을 세심히 포착해내면서도, 이해의 세계를 부수기로 작정하기 전까지는 그런 그의 모습을 섣불리 헤집으려 들지 않는 섬세한 면모를 지녔지요. 만일 세계님께서 그런 주인공의 섬세한 시선이 스민 묘사를 곁들이신다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세심한 시선이 매력적인 글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어떤 글을 쓸 것이냐, 어떤 캐릭터를 얼마만큼 파고들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이 얘기가 생각보다 길어지다 보니, 주인공과 이해에 대한 감상을 길게 드리지 못하게 된 점 양해 바랍니다. 사실은 제 굳은 머리로 둘을 애써 분석하려 들기보다, 글을 읽은 여운을 이대로 남겨두고 싶기도 해요☺️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오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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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김짓숴](https://leogi-desk.notion.site/62d2321895ad4ea4ba7353ee589a8d28)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도입부부터 호기심을 확 일으켜서 몰입해서 끊기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어요. 상대적으로 행동과 공간 묘사가 어렵다고 하셔서, 아무래도 그걸 신경쓰면서 보았는데요, 어색하거나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어요. 학교라는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이어서 큰 묘사가 필요없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양아치x전교1등이라는 클리셰 조합이라 자연스럽게 머리에 그림이 그려졌던 것 같아요.(여담이지만 제가 오타쿠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클리셰랍니다!♡) 찌는듯한 여름 날씨와 역설적으로 청량한 학원물 분위기도 잘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저는 말씀하신 것과 반대로 인물의 생각이나 감정선 묘사가 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보면서 궁금한 점이 많이 생기더라구요. 예를 들면, 모두의 이상형인 이 해가 선택한 사람이 왜 화자인지.(심지어 화자는 이 해랑 일면식도 없었는데도!) 왜 화자는 비밀연애를 요구했는지.(그리고 어떻게 접점도 없는 선후배가 둘이서 다니는데 일년 넘게 들키지 않을 수가 있었는지???) 마지막에 이 해가 화자를 왜 옥상창고로 끌고간 것인지 등등의 의문점이 많이 생겼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화자는 과연 이 해를 좋아하는가, 였어요. 마지막에 좋아한다고 고백하기 전 까지는 왜 사귀는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꿍꿍이가 있는건가 하는 의심도요. 뭔가 화자가 이 해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묘사가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객관적이고 어쩌면 비판적으로 보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물론 소설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맹목적으로 이 해의 겉모습만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달리 그녀의 모든 것을 보았기 때문에 모순점이나 보이지 않는 벽같은 걸 더욱 냉철하게 발견한 것이기도 하지만요.
사실 저에게도 가장 어려운 지점인 것 같아요. 내가 충분히 묘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부족하진 않은지. 내가 모자라다고 생각해서 덧붙인 설명이 오히려 과한 것은 아닌지. 이건 저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그런 걸 판단하기 어렵다면 덜어내는 쪽이 낫지 않을까 해요. 모든 떡밥을 회수하려다 지루해지는 편보다는 어느 정도의 궁금증은 남겨놓는 편이 그래도 재미있지 않을까…(물론 작가로서는 의도한 바를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거나 독자로서는 답답함을 느끼겠지만요) 그래도 그렇게 피드백을 받으면서 점차점차 그 기준을 세워가면 어떨까요? 아무튼 여름공기와 함께 담배의 뒷맛이 함께 느껴지는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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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비어트리스](https://leogi-desk.notion.site/0837b77283024c9bbf43c15af4609c70)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화자의 툭툭 내뱉는 화법이 매력적인 글이었어요. 문장이 짧게 끊어져서 호흡도 따라가기 편했고 잘 안 읽히거나 하는 문장도 없어서 편하기도 했습니다.
묘사는 저도 참 고민이 많은데요. 매번 구체적으로 묘사를 적자니, 글이 길어지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고 그렇다고 줄이자니, 글 자체의 맛이 사라지는 기분이더라고요. 행동 묘사는 사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 캐릭터를 붙잡고 보면 좀 더 잘 보이는 것 같고 공간 묘사는 개인적으로는 중요한 공간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활용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고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학교라는 공간이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인 것처럼, 크게 묘사할 필요가 없는 곳은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아요.
글 자체의 속도감이 좋았는데 저도 좀 더 묘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화자가 '이 해'라는 인물을 살펴보는 시선도 더해졌어도 좋았을 것 같고 자존감이 낮아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하는 '이 해'에게 하는 고백이 어찌보면 내내 속으로 담아왔던 말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하게 툭 튀어나오게 된 건데, 그 과정에서 화자의 속내를 더 표현했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름이 외자이다 보니 성과 이름을 띄어서 쓰셨고 붙여 쓸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결정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일부에서는 성과 이름을 떼지 않아서 통일해주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만약 속편이 있다면, 이 해의 시점에서 화자를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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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발신인 [스러기(모임장)](https://leogi-desk.notion.site/cf710743e0884563ac1257d031a44641) 님이 보낸 의리입니다.
오랜만의 학원물이군요! 학교, 여름, GL, 완벽한 이와 평범한 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조합! 청춘&학원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가슴이 뛸 수 밖에 없는 조합인 것 같아요. 감상평 남겨보겠습니다.
도입부에서 “완벽한 인간이란 존재하는가? 나는 자신있게 부정한다. 완벽하면 그게 신이지, 인간이냐.”라는 주인공의 독백이 나옵니다. 주인공의 가치관은 ‘인간은 신이 아니므로 완벽할 수 없다.’이죠. 이 가치관은 처음에는 단순히 ‘세상에 그런 인간이 어딨어?’로 시작했다가 ‘완벽’이라는 강박에 휘둘리는 듯한 이해를 향한 애정으로 변모합니다. 왜 그렇게까지 할까 하는 의문,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나’는 뒷전이 되어버리는 데에 대한 질투, 그런 이 해가 품은 고충이 무엇인지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 이들과 심지어는 이 해의 추락을 바라는 이들을 끔찍해하는 감정, 이 해를 향한 걱정. 모든 것이 전부 주인공의 사랑이었어요.
반면에 이 해는 겉으로 보기에는 누가 보기에도 ‘완벽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주인공의 가치관에서 생각하면 그럴 수 없지만, 이 해는 ‘완벽한 인간’의 존재를 믿는 사람입니다. 그것을 갈망하고, ‘완벽함’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여기서 의문이 들더군요. 그렇게까지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이 연애를, 그것도 동성인 후배와 비밀 연애를(물론 비밀로 하자는 건 주인공의 제안이었지만) 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자칫하면 자신이 일궈놓은 그 완벽함이 깨지는 게 한순간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텐데.
저는 이 글이 완전한 여름보다는 비가 자주 오는 장마철이나 태풍이 올 무렵 여름으로 느껴졌어요. 단순히 작열하는 태양과 푸른 하늘만이 있기보다는 조금은 눅눅하고 끈적한, 곧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이 점점 몰려오는 구름, 그러면서도 온도는 높아서 숨을 쉬는 것마저 불쾌한 일이 되는 그런 계절이요. 흙에서 비를 예언하는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할 것만 같은 그 순간. 그저 염세적이고 무감한 듯이 보이던 주인공이 이 해를 향해, 이 해가 열어주지 않은 울타리 안에 한발짝 들어가는 그 순간이요. 잘 맞지 않는 일기예보에 똑같이 양말이 젖어버린다고 해도, 누군가는 다음날 가방한켠에 양말 한 켤레를 더 챙기는 반면에 누군가는 아예 맨발에 샌들을 신고 집 밖을 나설 거예요. 이 해는 알았던 게 아닐까요.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주인공이 자신이 세워놓은 울타리를 깨뜨려주리라는 것을요. 주인공은 비가 올 땐 가끔은 젖어도 괜찮아,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이 해와 주인공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서로의 존재와 사랑으로 인해 완전해지겠죠. 그마저 완벽한 완전이 아니라고 해도요.
개인적으로는 공간이나 행동의 묘사는 충분하게 느껴졌습니다. 배경 자체가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나고자란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했기 때문에 그닥 뭔가 부족하다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었고요. 다만 이건 글쓰기 취향의 영역이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조금 일방적이지 않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점이 시점이다보니 이해의 감정이 정말 사랑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느낌? 그래서 아예 관찰자 시점으로 서사가 진행되거나 이해 시점에서 주인공의 첫인상 등이 추가로 서술되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썼으면 이랬을 것 같다는 의미이지 세계님의 글처럼 끝내는 방식도 여운이 오래 남아서 좋아한답니다.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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