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사정으로 인하여 감상문이 늦어졌습니다. 이미 새 회차가 시작된 와중 감상을 보내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전 해당 아이돌 분들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1차 창작을 읽듯 읽어나갔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제목부터 무척 패기 넘친다, 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대체 이 발언의 화자가 누구지? 라는 궁금증을 갖고 글을 읽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제목의 문장이 발화자의 캐릭터성을 이해하는 데에 무척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글을 열자마자 딱 발언의 주인공이 보였습니다. 민균 씨더군요. '삐딱하게'의 가사를 보고서도 한참 웃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를 하나의 은유 매개체로 삼아 활용하시는 걸 무척 잘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목의 패기가 '삐딱하게'라는 노래랑 너무 잘 어울렸고, 민균 씨가 느끼는 감정이 확 와닿았거든요. 효과적인 비유?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와이파이에 대한 묘사도 그렇고, 현실적인 요소로 하여금 캐릭터의 정서를 독자에게 확 와닿도록 하시는 힘이 무척 강하신 것 같아요. 사실 로맨스의 감정이라는 건 너무 흔하거나, 추상적이거나, 유치하게 와닿기가 무척 쉬운 감정인데... 그걸 무척 유쾌하고 순진하게? 조금은 철없게? 너무 재미난, '민균 씨만의' 방식으로 풀어내신 것 같아요. 완전 처음부터 민균 씨의 일면 순진한 캐릭터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넘어가 이후 전개에 몰입되는 것이 편안했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고 또 궁금하게 만드는 데에 더불어, 주인공의 캐릭터까지 이해시키는 무척 유의미한 도입부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균 씨는 정말... 순진한 사람이구나. 아니, 순수라는 표현이 더 잘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볍기만한 사람 같지는 않아요. 사실 '아, 나, 연예인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애.' 라는 생각이 한순간 '아, 나, 연예인 하길 잘한 것 같애.'로 바뀌는 사람이라 하면 되게 단순한 사람이구나 싶을 수 있는데, 그 별것 아닌 한순간 또 한 사람 때문에 수많은 유혹과 고통들을 버텼다는 것에서... 어쩌면 오히려 순수 속에 독기가 서려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단 느낌을 받았거든요. 쉽게 보였는데 까놓고 보니 그렇지가 않은 사람들 있잖아요. 뭐야 너... 그... 그렇게까지 진심이었어...? 하게 되는 사람들. 그만큼의 무게감을 가진 사람이란 것이 와닿아서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척이나 순수한 사랑이다... 하고요. 물론... 너무한 의미로의 순진과 단순함이 분명 있는 사람인 것 같긴 합니다마는... ㅎㅎ (이후 '혹시 내가... 질렸나?'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나, '우리 관계라면 이 정도 디엠은 괜찮잖아.'라고 생각해버리는 부분들을 보면 말이에요.)
"햇살이었다. 활자에는 채 담기지 못했던 진심이 햇살처럼 밀려들었다. 민균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이 장면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란걸. 앞으로 이 순간을 원동력 삼아 삶을 헤쳐 나갈 것이란걸." 개인적으론 이 장면이 정말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차마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단지 그 순간이 오롯이 그대로 영상을 찍은 듯 시각적인 클립으로만 남아있을 뿐인... 그 장면 자체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는 그 순간만의 감정들이 있잖아요. 그 벅참, 어쩌면 버거움에 가까운 마음을 너무 잘 표현한 문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간 눈앞에 민균 씨가 보았을 장면이 사라락 그려졌거든요. 단지 상상할 뿐인 제게도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민균 씨한테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싶기도 했어요. 🥹
민균 씨의 일명 '순애'에 대한 감탄 이후, 이 글을 이끌어나가는 가장 큰 힘은 민균 씨의 햇살이 된 승준 씨가 도대체 왜 종적을 감췄는가였죠. 저도 도대체 그 답이 무엇인가를 너무나도 알고 싶어서 마구마구 글을 읽어나갔습니다. 전 사실 '우리 관계라면 이 정도 디엠은 괜찮잖아.'라는 문장을 보고 머릿속에 엄청 큰 물음표가 떴었습니다. 뭐... 무슨 관계인데? (당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건) 팬싸 때 한 번 본 게 거의 다 아니야? 뭐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는데, 이후 서술들을 보니 ('민균이라는 호칭이 뀨니라는 애칭으로 변해갈 때까지···') 그 팬싸 이후로 제가 체감한 것보다 훨씬 수많은 시간들이 지났더군요. 순간 입이 좀 벌어지면서 저런생각을할만도한것같기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충격을 의도하신 거라면 무척 (적어도 저에게만큼은) 유의한 연출이었단 생각을 했어요. 다만 의도치 않으신 것이라면, 두 사람의 앞선 서사에 대한 빌딩이 또 단편적인 에피소드가 누군가에겐 조금은 연약하게 와닿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민균 씨는 포기를 하... 는 듯 했으나, 역시나 승준 씨에게 손을 뻗어버렸습니다. 주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물며 그 만류에 일부 동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지른 민균 씨다운 선택이었기에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다만 역시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에피소드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반복이 되고 정서가 쌓여야 하는데, 만남 한 번, 이별 한 번, 다시 만남 한 번, 포기 한 번, 결국 잡음 한 번, 결말 한 번. 이렇게 딱 한 맥락에 한 정서로만 진행되니까 두 사람의 이야기가 물 흐르듯 이어지거나 몰입되는 것이 아니라 좀 뚝뚝 끊기는 느낌이 납니다. 이 때문에 몰입이 마구 되기보다는, '그렇구나... 소중한 사람이구나...' 하고 맥락이 이해되기만 하는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리고 결말이 개인적으론 조금 갑작스러웠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바로? 또 이렇게 순탄히? 왜?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민균 씨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사실 민균 씨와 저희는 승준 씨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가 없고, 오히려 순수하게 내보인 마음마저 곡해하고 부풀려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그 덕분에 마지막 대답을 들었을 때 느낀 얼떨떨함과 '근데 왜?'라는 호기심, 하지만 그 모든 당혹스러움을 뒤로하고서 느껴지는 안도감과 크나큰 기쁨. 다행이다, 당신도 여전히 나였구나. 하는 그 마음. 그 모든 것이 민균 씨와 독자 사이 일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민균 씨의 입장에서 쓰였다 한들, 민균 씨의 마음만 많이 드러났지 승준 씨라는 사람이 너무 나타나질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해하거나 곡해할 만한 마음, 대사, 행동이 너무 적었던 것 같아요. 해피엔딩에 다행스러우면서도 '어쩌다가?', '왜?'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승준 씨의 등장이나, 승준 씨의 마음을 해석할 단서들이 나타났다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해요.
다만 여타 감상들과 별개로, 엔딩에서 너무 좋은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ㅠㅠ 수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국 결론은,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다시 요 근래 그러했듯 혹시나 영영 못 보게 된다면... 가장 마지막으로 꺼내야만 할 가장 어떻게든 전해야만 할 이야기는, 단지 좋아한다는 마음뿐이었다는 것과... 어느새 키가 커진 민균 씨에 대한 승준 씨의 체감이라거나... 🥹 그럼 얼마나 오랜 세월을 함께한 것인지 새삼 놀랍기도 하고, 약간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ㅠㅠ 키에 대한 표현이 정말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밋밋하고 특색없는 글이라는 걱정을 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딘가 '부족한' 그러니까 밋밋하다거나 조금 빈 것 같다거나 한 글이라는 느낌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아요. 혹시 만약 문체 때문에 걱정이 크신 것이라면 개인적으론 큰 걱정을 않으셔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체는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고, 저의 경우만 해도 전 고 님처럼 단정하고 깔끔한, 속도감 있는 문장들이 무척 부럽고 읽을 때도 즐겁거든요. 만약 글에서 가벼움을 느끼신다면, 정제된 표기법을 따라보시는 것도 좋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중간 중간 들어가는, 텍스트로 적혀질 수는 있지만 이 인물들이 내뱉는다고 생각되기엔 어려운 철자들을 언어화 시켜서 수정하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아아 아니'가 아니라, '아, 아, 아니······.'라고 쓴다거나, ㅎㅎ 나 '맞자나아ㅏ' 등 자음만 등장하는 표현을 줄인다거나, 느낌표나 물음표 등 기호의 수를 조금 줄여서 맞춰 쓴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에요. (어!!!!...어어... 누... 누구지...? → 어! ······어, 어······. 누, 누구지······?)
개인적으론 승준 씨의 시점도 무척 궁금해지는 글이었어요. 풋풋하고 순수한 민균 씨의 마음이 너무나 즐거웠고, 이들의 이후 이야기도 너무나 기대됐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적은 말 중 무례가 없었기를 바랍니다. 너무 즐겁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