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빼고 쓰셨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굉장히 편하게 술술 읽히는 가독성 좋은 글이었어요. 밋밋하다고 하시는데 저는 억지스럽게 꾸며낸 문장과 영탄조를 안 좋아해서 읽기 편했고 오히려 몰입도 잘 됐어요. 진짜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현실적인 문체라 1인칭의 매력이 돋보였습니다. 문체에 대한 고민은 크게 안 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시처럼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장도 좋지만 현실적이고 잘 읽히는 소설은 그거대로 좋거든요.
데뷔초? 전? 부터 오랫동안 자신을 좋아해주던 팬을 그리워하는 연예인이라는 소재가 (좋은 의미로) 특이했어요. 팬이랑 연애를 하는 건 사실 뻔한 소재일 거 같은데.. 날 좋아하던 팬, 초반부터 좋아해줬으니 기억 못 할 리가 없는 팬이 어느순간 안 보여서 나는 이제 유명해졌는데도 못 잊겠다-. 라는 서사가 참신하고 재밌었습니다. 연애를 한 것도 차인 것도 아니라서 잡을 바짓가랑이도 없다. 신선한 묘사였어요.
읽으면서 어떤 연예인이 한 말이 떠올랐어요. 연예인과 팬의 관계는 언뜻 보면 팬이 매달리는 거 같지만 사실 반대라고. 팬은 연예인을 언제든지 볼 수 있지만 연예인은 팬이 먼저 찾아와주지 않으면 보러갈 수 없다고. 그래서 연예인이 팬에게 매달리는 관계라고..
개인적으로는 억지로 아름다운 문장을 쓰려고 하시기보다 본연의 장점인 참신한 소재 찾기에 힘을 써서 가독성 좋은 소설을 쓰시면 좋을 거 같아요. 사실 글을 읽는 가장 첫번째 이유는 재밌어서잖아요? 그런 오락성을 충족하는 글을 잘 쓰실 것 같아요. 쉽게 말하면 순문학보다는 상업 소설이 적성에 맞으실 거 같아요! 초반에 휴대폰 화면처럼 나오는 부분도 그런 인상에 한 몫 했습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읽으면서 감정을 건드린다는 느낌은 별로 못 받았어요. 분명 술술 읽히고 재미도 있고 이해도 되는데 몰입은 안 됐다고 할까요? 일부러 크게 고민하지 않고 쓰신 글이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한데 어쨌든 소위 과몰입하게 만드는 지점을 많이 만들면 좋을 거 같아요. 결국 마니아 팬층은 그런 부분에서 생기더라고요.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쓰느라 고생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