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님. 돌판을 잘 알지 못해 해당 인물들에 대해 모르는 상태로 읽었음을 일단 언급해둡니다.

지문처럼 독특한 고님만의 특색을 고민 중이시라면, 제게 있어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사실적이면서도 진솔한 묘사와 서술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비행기에서 유료 와이파이를 결제해가면서까지 안절부절 못하고 자기 팬의 종적을 뒤지는 민균의 자괴감이 굉장히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텍스트 기호를 써서, 화면의 검색 기록과 자판 배열까지 묘사해두신 부분이 특히 생생하게 두드러졌습니다.

민균은 착실하지만 다소 순진한 성격으로 묘사되는데(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 그룹으로 데뷔하고, 팬싸를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묘사되는 민균의 속내를 보며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탄탄하지 못한 자신의 입지에 고민이 많은 와중에도 팬의 기대에는 성실히 부응하려 드는 팬싸에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동시에, 민균의 그런 성격 덕분에 팬싸에서 처음 대면한 승준의 존재감이 확 도드라집니다. 승준이 민균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였는지가 굉장히 잘 와닿왔어요. 덕분에 그 이후, 승준의 부재에 안달내는 민균의 마음도 절절하게 이해하게 되고요.

사랑받고 싶은 마음, 스스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미련을 떨치지 못해 자괴감이 드는 행동을 하게 되는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잘 나타나 있어서, 민균의 감정에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었어요.

다만 승준이 자취를 감췄던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은 것 같아서(제가 읽다가 놓쳤는지도 모르겠지만) 의문을 품은 채로 글이 끝나는 데서, 독자로서는 약간 아쉬움을 느꼈어요.

결과적으로, 감정선이 굉장히 생생하게 살아있고, 주인공의 캐릭터를 잘 살려낸 글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