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감 있게 죽 읽어내려갈 수 있는 글이었어요. 글의 분위기나 색채가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 이 해에게 말한 모든 말들이 좋았어요. 왜 이 해가 주인공을 사랑하게 됐는지 명쾌하게 설명이 됐거든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 줄 숨구멍을 이 해는 직감적으로 알아봤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사실 처음에 이 해는 왜 주인공에게 사귀자고 했을까 하고 조금 의아했거든요. 의문이 해소돼서 좋았습니다. 이 해는 무척이나 명확하고 선명한 인물로 느껴졌어요. 굉장히 잘 짜였다고 생각해요. 완벽하고 싶은 인간. 키워드도 확실하게 뽑아졌고요. 그에 반해 서술자, 그러니까 이 해의 애인은 조금 두리뭉술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 캐릭터성이 의도였다면 그 또한 괜찮다고 생각해요. 읽는 독자가 이입하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만 그렇게 되면 둘의 로맨스가 약해지는 느낌이 들긴 하네요. 주인공이 누구든 될 수 있다는 게 되니까요. 상황 묘사에서는 저는 다 좋았는데 끝의, 옥상에서 숨는 장면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 그게 조금 아쉬웠어요. 음, 누가 오는 소리나 숨는 장소, 가까워진 이 해와 주인공의 거리 등의 묘사가 더 추가되면 더 장면을 상상하기 편할 것 같아요. 글의 분위기는 정말 좋았어요. 텁텁하고 어딘가 아지랑이가 이는 여름의 향기가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