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짓숴님. 감상이 늦어져 실례했습니다. 원작을 읽지 않은 저로서는 시간이 다소 걸려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인물들과 세계관에 대한 묘사가 묵직하고 풍부해서 감탄스러웠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짓숴님께서는 인물들간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캐릭터의 성격이나 종족(?), 신참에게 조언을 해주는 장면 등, 캐릭터와 이야기 양쪽에 원작을 깊이 있게 녹여낸 글을 쓰셨네요. 원작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은 물론, 이야기와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려는 진지함이 느껴져서 근사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포착해내는 시선입니다. 연인이 (내게는 없는) 금발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라고 전전긍긍하게 되는 소재 자체는 가볍고 재치있는 해프닝 선에서 쉽게 끝낼 수 있는 소재인데 짓숴님은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아주 미세한 감정, 풋풋한 정감을 극도로 예민하고 섬세한 수준으로 포착해, 욕심껏 표현해내셨어요.
아마 본인의 문장이 거칠다, 표현이 정제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그건 짓숴님의 시선이 남들보다 훨씬 예리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느껴지는 게 많다는 건 그만큼 풍부한 표현을 해내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짓숴님의 글에서는 그런 표현을 있는 힘껏 해내려 고심하신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탐스러운 시선과, 그걸 담아내는 근사한 표현들로 가득한 글이에요.
사족이겠지만, 당장 문장이 거칠고 서툴게 느껴진다고 본인의 필력을 의심하는 일만큼은 모쪼록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짓숴님의 예리한 시선과 표현 욕구는 귀한 재능입니다.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