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도입부부터 호기심을 확 일으켜서 몰입해서 끊기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어요. 상대적으로 행동과 공간 묘사가 어렵다고 하셔서, 아무래도 그걸 신경쓰면서 보았는데요, 어색하거나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어요. 학교라는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이어서 큰 묘사가 필요없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양아치x전교1등이라는 클리셰 조합이라 자연스럽게 머리에 그림이 그려졌던 것 같아요.(여담이지만 제가 오타쿠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클리셰랍니다!♡) 찌는듯한 여름 날씨와 역설적으로 청량한 학원물 분위기도 잘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저는 말씀하신 것과 반대로 인물의 생각이나 감정선 묘사가 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보면서 궁금한 점이 많이 생기더라구요. 예를 들면, 모두의 이상형인 이 해가 선택한 사람이 왜 화자인지.(심지어 화자는 이 해랑 일면식도 없었는데도!) 왜 화자는 비밀연애를 요구했는지.(그리고 어떻게 접점도 없는 선후배가 둘이서 다니는데 일년 넘게 들키지 않을 수가 있었는지???) 마지막에 이 해가 화자를 왜 옥상창고로 끌고간 것인지 등등의 의문점이 많이 생겼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화자는 과연 이 해를 좋아하는가, 였어요. 마지막에 좋아한다고 고백하기 전 까지는 왜 사귀는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꿍꿍이가 있는건가 하는 의심도요. 뭔가 화자가 이 해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묘사가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객관적이고 어쩌면 비판적으로 보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물론 소설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맹목적으로 이 해의 겉모습만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달리 그녀의 모든 것을 보았기 때문에 모순점이나 보이지 않는 벽같은 걸 더욱 냉철하게 발견한 것이기도 하지만요.
사실 저에게도 가장 어려운 지점인 것 같아요. 내가 충분히 묘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부족하진 않은지. 내가 모자라다고 생각해서 덧붙인 설명이 오히려 과한 것은 아닌지. 이건 저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그런 걸 판단하기 어렵다면 덜어내는 쪽이 낫지 않을까 해요. 모든 떡밥을 회수하려다 지루해지는 편보다는 어느 정도의 궁금증은 남겨놓는 편이 그래도 재미있지 않을까…(물론 작가로서는 의도한 바를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거나 독자로서는 답답함을 느끼겠지만요) 그래도 그렇게 피드백을 받으면서 점차점차 그 기준을 세워가면 어떨까요? 아무튼 여름공기와 함께 담배의 뒷맛이 함께 느껴지는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