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특유의 치기어림이나 미성숙함 등이 글 곳곳에 묻어있어서 학원물답고 좋았어요. 나쁘게 말하면 클리셰지만 저는 그게 클래식이라고 생각하고 학원물은 클래식에 가까울수록 재밌는 거 같습니다. 특히 로맨스면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물이고, 인물이 곧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즉 인물이 매력있다면 그 소설은 그것만으로도 잘 쓴 소설이라는 거죠. 그런 면에서 좋은 소설이라고 느꼈습니다. 겉으로는 완벽해보이지만 속으로는 결핍이 있는 이 해. 그를 지켜보는 주인공. 아예 도입부부터 이해가 추앙받는 장면으로 시작하죠.
어떻게 저럴까 싶을만큼 완벽해보이는 사람, 살면서 다들 한번쯤은 봤을거예요. 그런데 알고보니 속은 멍들어있었던 사람도요. 이 해는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매력적인 인물이에요. 그래서 제목이 완전한 이해인 걸까요? 곯은 속까지 들여다봐야 할 수 있는 완전한 이해. 빛나는 겉모습만 보는 건 반쪽짜리 이해일 뿐이라서?
글 내내 주로 묘사되는 건 이해지만 전지적 시점이 아니라 주인공(이해의 애인) 시점이라서 주인공의 성격도 느껴졌어요. 완벽해보이는 인간일지언정 속은 썩어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는 기민함을 가지고 있고, 어쨌든 그런 완벽을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왜 나를 좋아하는 지 모르겠다며 다소 자존감이 낮은 듯한 모습도 보이고요. 또 그걸 대놓고 지적해서 어찌 보면 남의 상처를 후벼파지만 동시에 나는 그런 모습까지 포함해서 너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진솔함과 당돌함도 있어요.
짧은 글이었지만 의도하신 바가 뭐였는지 잘 보였습니다. 특히 인물의 내면과 심리 면에서요. 주인공과 비슷한 성격의 독자가 재밌게 읽을 거 같아요.
다만 작가님께서 언급하셨다시피 행동이나 사건 묘사가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이해하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좀 더 몰입되게 쓰면 좋을 거 같았어요.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글쓰기의 오랜 진리이면서도 여전히 작가들이 어려워하는 숙제인 거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1인칭 시점 자체가 나쁠 건 없지만 어쨌든 이건 로맨스이니 주인공이 두 명인 셈인데 너무 이해만 부각되어서 조금 관찰자 시점같이 느껴졌어요. 주인공은 이름조차 나오지 않고.. 확실히 행동 묘사를 보완하는 게 좋아보이는데 두 가지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영화를 직접 보는 것과 영화의 줄거리 요약본을 보는 것의 차이. 유머를 던질 때 굳이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설명을 덧붙이는 쪽이 독이라는 점.
독자들은 해석이 아니라 장면을 보고싶어하고 설명을 듣는 게 아니라 직접 느끼고 싶어해요. 주인공이 느끼는 바(이 해가 완벽을 연기하며 결핍을 숨기는 게 바보같다, 사람들은 바보같이 그것도 모른다, 저런 사람이 나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등등)를 문장에 직접 쓰지 말고 사소한 디테일을 통해서 보여주면 좋을 거 같습니다. 묘사가 풍부하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는 의도한 바를 알아챌 수 있고 그 점이 좋은 거거든요.
저도 요즘 비슷한 서사의 소설을 쓰고 있는데 많은 참고가 됐고 독자로서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단편보다는 설정과 스토리를 추가해서 장편으로 풀어내면 훨씬 더 재밌겠다 싶은 소설이었습니다. 쓰느라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