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님이 웃으시는 거 본 적 있어? -라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1. '검사님'이라는 주인공(추측)은 잘 웃지 않는 사람이다.
  2. 그런 사람을 웃길만한, 예상치 못했고 전례 없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것은 로맨스로 빠질 수도 있고 이외의 장르로 빠질 수도 있는 시작선.)
  3. 저건 단지 제목일지, 혹은 대사를 제목으로 차용하는 방식일지. 만약 대사라면 저렇게 묻는 사람은 누구인가, 또 의도가 무엇인가. 꽤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킬뿐더러, 연재물의 1화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주는 제목이었다고 느꼈습니다.

잘 쓴 글과 못 쓴 글의 차이를 잘 읽어낼 줄은 모르는 사람입니다만, 개인적으론 사건의 시작 부분부터 꽤 짜임새 있게 진행된다고 느꼈습니다. 피해자 용의자 등등, 사건에 얽힌 인물들에 대한 판단과 그에 대한 근거의 나열. 뒤로 가 사건이 제대로 진행되면서부터는, 아마 (독자와 주인공이 함께) 사건을 해석하고 추리하는 데에 대한 증거로 사용될 요소들. 그것들이 차례차례 잘 정돈되어 눈앞에 나타나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공이 검사이니만큼, 굳이 '보여주기'에 '집착'한 (형사가 주인공이었다면 현장 감식 따위 때문이라거나, 용의자 대면 및 조사라거나, '진범'을 찾기 위해 수색하는 과정에서라거나. 실제로 목격하고 정보를 정리하는 첫 단계가 무척 중요했을 것처럼) 인물 서술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하다는 것도 마찬가지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검사라는 것은, 보고를 받는 정보로서 사건의 얼개를 파악하고/확신하고 사건을 시작해도 이상하다거나 너무 정보의 구성이 모자라게 느껴지는 직종은 아니니까요. 되게... 적당하다? 그러니까 뭔가 적재적소에, 큰 돌출과 모자람 없이 딱딱 맞춰져 요소요소들이 배치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글을 여러 번 써보셨고, 이런 큰 사건도 여러번 구성해 보신 적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인물들의 새로운 정보, 단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정보와 사실들이 인식되는데도 큰 부담감 없이 물 흐르듯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비밀의 숲을 보기는 했지만, 인물들에 대해 그리 빠삭하게 알고 있진 않습니다. 때문에 이 글에서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을 아예 처음 보는 인물들인 것으로 상정하고 글을 읽고자 생각했었습니다. 한데, 첫 부분(피해자에 대한 서술과 추리)에서도, 그 이후의 부분들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 꽤 어렵지 않게 파악됐습니다. 하여 '이 사람은 어떤 타입의 인간이다'라는 것을, 직설적인 서술이 아니라 보여주는 방식으로 하여금 무척이나 잘 나타내주신다고 느꼈습니다. (이를테면, 황시목이란 사람에 대한 냉철함과 '잘 웃지 않음'을 제목과 동일한 대사를 통해, 검사로서의 유능함(사실 관계와 증거의 조합 능력 등)을 사건 전개 속 여러 장면 장면을 통해 직감할 수 있었던 것처럼요.) 어떤 요소 요소들로 어떤 스테레오 타입 / 캐릭터 / 특정한 인물 군상을 유추시킬 수 있는지를 잘 알고 계신다고 느꼈습니다. (원작에서든 어디서든 등장한 적이 없으므로) 완전히 새롭고 접해보지 못한 사건이 진행되기 때문에, 인물 개개인을 파악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모되면 사건을 파악하고 이해해서 몰입하는 데에 큰 장애가 생길 것이라 생각해왔습니다. 사건이란 건 인물들의 일종의 총합, 인물과 인물이 만나고 그들과 또다른 인물이 만나 생기는 그물망과 같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요소)를 무척 유연하게 풀어나가주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론 1화의 맨마지막, 전화가 끊긴 것을 알고 있음에도 구태여 '네, 경감님.'이라는 대답을 건네는 황시목의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캐릭터도 강조하고('늘 여진보다 느리다', 한여진이 '웃을 일 평생 없던' 검사의 유일한 공모자이자 예외일 수 있겠다고 추측 가능한 관계성, '이미 통화 끊긴 소리를 들었으면서도. 어째 이 말을 꼭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라는 문장이 전하는 그 자체의 일종의 여운 등.) 자연스레 다음 편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유연한 힘이 있는 결말이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왜 꼭 그 말을 했어야 했을까' 따위의, 복선으로서의 답이 정해져 있을 수도, 단지 관계성 암시 하에서의 답이 정해져만 있을 수도 있는) 모호한 여운에 젖어 다음화를 눌러보았는데, 제목에서 딱 머리 한 대를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모호했던 여운이 정확한 '헐.'로 구체화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기본적으로 1화가 앞으로의 사건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사실들과 캐릭터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회차였다면(제목에서부터 오는 궁금증 = 글을 읽어나가게 하는 첫 원동력: 그래서 왜 웃었는데?), 2화는 제목부터 '아, 시작되는구나.'라는 느낌과 기대감을 확 올려놓는 느낌입니다. (: 뭐야? 금품 때문이 아니라면 -피해자는 '돈이 많은' 것으로 한참 강조되던 사람이니까- 대체 왜 죽인 건데?) 그리고 조금은 여담입니다만... 그와 동시에, 2화에서도 1화 속 '검사님의 웃음'이라는 요소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게 시리즈의, 일종의 메인 컬러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시리즈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었거든요. 정이 든 느낌이라고 할까요...

또 다른 분들이 올려주신 소감문도 읽어본 이후에 이 글을 적다 보니, 다른 분들의 소감문에 대해 공감을 표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2화 중 충전기가 언급되는 부분에서 '어...? 이게 무슨 소리지?'라고 잠깐 여진과 시목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 같았던 순간이 있었음이 바로 그런 부분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그런 '저 두 사람이 날 추월해간다...!'라는 감상이 일종의 재미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른 추리물들을 볼 때에도 여러 '추월 구간'들마다 비슷한 감상을 느꼈었고요. 그들이 그들만의 세계가 공고한 팀이라는 것을 암시해 준다거나, 그 '추월 구간'을 넘어간 이후 나타나는 조금 더 세세한 설명들에 의해 '아, 이런 소리구나!'라고 조금 뒤늦게나마 (전문가인) 그들에게 동화되는 쾌감이 말씀드린 재미의 예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추리물과 같은 큰 사건을 많이 적어보셨고 만들어보셨단 생각이 자연스레 들 만큼, 항시 적당하고 적절한 기술이 느껴지는 시리즈였단 감상이 듭니다. 추리물의 가장 중요한 힘은 (사건의 치밀한 구성도 물론이지만) 일단 '독자와 주인공들이 함께 달려나가는 듯한', 그러니까 이 결말을 알고 싶어 마구 글을 읽어 내려가게 만드는 그 몰입도라고 생각하는데... 그 힘이 무척 강하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3화가 얼른 읽고 싶어지는 글이었습니다... 🥹

병원을 급히 나서는 길에 파편 파편으로 나눠놓았던 감상을 정리하다 보니, 글이 많이 뒤죽박죽이 된 것 같습니다만...ㅠㅠ 부디 읽으시는 데에 큰 불편함이나 불쾌함은 없는 감상문이 되었기만을 바라겠습니다. 좋은 글 적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즐겁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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