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님이 웃으시는 거 본 적 있어? -라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잘 쓴 글과 못 쓴 글의 차이를 잘 읽어낼 줄은 모르는 사람입니다만, 개인적으론 사건의 시작 부분부터 꽤 짜임새 있게 진행된다고 느꼈습니다. 피해자 용의자 등등, 사건에 얽힌 인물들에 대한 판단과 그에 대한 근거의 나열. 뒤로 가 사건이 제대로 진행되면서부터는, 아마 (독자와 주인공이 함께) 사건을 해석하고 추리하는 데에 대한 증거로 사용될 요소들. 그것들이 차례차례 잘 정돈되어 눈앞에 나타나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공이 검사이니만큼, 굳이 '보여주기'에 '집착'한 (형사가 주인공이었다면 현장 감식 따위 때문이라거나, 용의자 대면 및 조사라거나, '진범'을 찾기 위해 수색하는 과정에서라거나. 실제로 목격하고 정보를 정리하는 첫 단계가 무척 중요했을 것처럼) 인물 서술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하다는 것도 마찬가지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검사라는 것은, 보고를 받는 정보로서 사건의 얼개를 파악하고/확신하고 사건을 시작해도 이상하다거나 너무 정보의 구성이 모자라게 느껴지는 직종은 아니니까요. 되게... 적당하다? 그러니까 뭔가 적재적소에, 큰 돌출과 모자람 없이 딱딱 맞춰져 요소요소들이 배치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글을 여러 번 써보셨고, 이런 큰 사건도 여러번 구성해 보신 적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인물들의 새로운 정보, 단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정보와 사실들이 인식되는데도 큰 부담감 없이 물 흐르듯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비밀의 숲을 보기는 했지만, 인물들에 대해 그리 빠삭하게 알고 있진 않습니다. 때문에 이 글에서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을 아예 처음 보는 인물들인 것으로 상정하고 글을 읽고자 생각했었습니다. 한데, 첫 부분(피해자에 대한 서술과 추리)에서도, 그 이후의 부분들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 꽤 어렵지 않게 파악됐습니다. 하여 '이 사람은 어떤 타입의 인간이다'라는 것을, 직설적인 서술이 아니라 보여주는 방식으로 하여금 무척이나 잘 나타내주신다고 느꼈습니다. (이를테면, 황시목이란 사람에 대한 냉철함과 '잘 웃지 않음'을 제목과 동일한 대사를 통해, 검사로서의 유능함(사실 관계와 증거의 조합 능력 등)을 사건 전개 속 여러 장면 장면을 통해 직감할 수 있었던 것처럼요.) 어떤 요소 요소들로 어떤 스테레오 타입 / 캐릭터 / 특정한 인물 군상을 유추시킬 수 있는지를 잘 알고 계신다고 느꼈습니다. (원작에서든 어디서든 등장한 적이 없으므로) 완전히 새롭고 접해보지 못한 사건이 진행되기 때문에, 인물 개개인을 파악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모되면 사건을 파악하고 이해해서 몰입하는 데에 큰 장애가 생길 것이라 생각해왔습니다. 사건이란 건 인물들의 일종의 총합, 인물과 인물이 만나고 그들과 또다른 인물이 만나 생기는 그물망과 같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요소)를 무척 유연하게 풀어나가주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론 1화의 맨마지막, 전화가 끊긴 것을 알고 있음에도 구태여 '네, 경감님.'이라는 대답을 건네는 황시목의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캐릭터도 강조하고('늘 여진보다 느리다', 한여진이 '웃을 일 평생 없던' 검사의 유일한 공모자이자 예외일 수 있겠다고 추측 가능한 관계성, '이미 통화 끊긴 소리를 들었으면서도. 어째 이 말을 꼭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라는 문장이 전하는 그 자체의 일종의 여운 등.) 자연스레 다음 편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유연한 힘이 있는 결말이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왜 꼭 그 말을 했어야 했을까' 따위의, 복선으로서의 답이 정해져 있을 수도, 단지 관계성 암시 하에서의 답이 정해져만 있을 수도 있는) 모호한 여운에 젖어 다음화를 눌러보았는데, 제목에서 딱 머리 한 대를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모호했던 여운이 정확한 '헐.'로 구체화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기본적으로 1화가 앞으로의 사건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사실들과 캐릭터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회차였다면(제목에서부터 오는 궁금증 = 글을 읽어나가게 하는 첫 원동력: 그래서 왜 웃었는데?), 2화는 제목부터 '아, 시작되는구나.'라는 느낌과 기대감을 확 올려놓는 느낌입니다. (: 뭐야? 금품 때문이 아니라면 -피해자는 '돈이 많은' 것으로 한참 강조되던 사람이니까- 대체 왜 죽인 건데?) 그리고 조금은 여담입니다만... 그와 동시에, 2화에서도 1화 속 '검사님의 웃음'이라는 요소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게 시리즈의, 일종의 메인 컬러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시리즈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었거든요. 정이 든 느낌이라고 할까요...
또 다른 분들이 올려주신 소감문도 읽어본 이후에 이 글을 적다 보니, 다른 분들의 소감문에 대해 공감을 표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2화 중 충전기가 언급되는 부분에서 '어...? 이게 무슨 소리지?'라고 잠깐 여진과 시목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 같았던 순간이 있었음이 바로 그런 부분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그런 '저 두 사람이 날 추월해간다...!'라는 감상이 일종의 재미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른 추리물들을 볼 때에도 여러 '추월 구간'들마다 비슷한 감상을 느꼈었고요. 그들이 그들만의 세계가 공고한 팀이라는 것을 암시해 준다거나, 그 '추월 구간'을 넘어간 이후 나타나는 조금 더 세세한 설명들에 의해 '아, 이런 소리구나!'라고 조금 뒤늦게나마 (전문가인) 그들에게 동화되는 쾌감이 말씀드린 재미의 예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추리물과 같은 큰 사건을 많이 적어보셨고 만들어보셨단 생각이 자연스레 들 만큼, 항시 적당하고 적절한 기술이 느껴지는 시리즈였단 감상이 듭니다. 추리물의 가장 중요한 힘은 (사건의 치밀한 구성도 물론이지만) 일단 '독자와 주인공들이 함께 달려나가는 듯한', 그러니까 이 결말을 알고 싶어 마구 글을 읽어 내려가게 만드는 그 몰입도라고 생각하는데... 그 힘이 무척 강하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3화가 얼른 읽고 싶어지는 글이었습니다... 🥹
병원을 급히 나서는 길에 파편 파편으로 나눠놓았던 감상을 정리하다 보니, 글이 많이 뒤죽박죽이 된 것 같습니다만...ㅠㅠ 부디 읽으시는 데에 큰 불편함이나 불쾌함은 없는 감상문이 되었기만을 바라겠습니다. 좋은 글 적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즐겁게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