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채하님께서 올려주신 글은 제목부터 멋스러웠어요. 막 읽기 쉬운 글은 아니겠구나, 어렵거나 무거우면 어쩌지 하고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제목이었습니다.
네임버스라는 소재는 그 자체로 전지적이고 결정론적인 성격이 있잖아요…그 덕분에 캐릭터의 의지나 성격이 더욱 뚜렷하게 부각되는 소재라고 생각하는데, 그 매력을 제목에서부터 잘 살리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정론적인 운명에 결코 굴하지 않고, 꼿꼿이 맞서려는 주인공의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근사한 제목입니다. 그 아래로는 그에 걸맞는 도입부가 이어지고요('지독한' 열감기를 앓는 거라 여기며 고열에 시달리다 운명을 마주하는 장면부터가, 굉장히 학구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주인공의 성격을 드러내줍니다.) 유채하님의 담담하면서 아카데믹한 서술은 주인공의 건조하고 강단 있는 성격과 무척 잘 어울려서 읽는 내내 즐거웠고,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거나 주인공이 돌이킬 수 없는 깨달음을 겪었을 때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톤이 유지되는 것도 좋았습니다. 유채하님께는 글을 좋아하시고 자신만의 낭만을 추구하시는 분들께 엿보이는 고집스러운 미학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보여주실 글을 기대하게 됩니다. 다만 인물들이 나누는 대사의 톤은 전반적으로 유채하님의 서술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는데(개인 의견입니다), 이 부분은 2차 창작인만큼 원작에 가까운 톤을 지향하셨는지도 모르겠어요. 글에 등장한 쿠잔의 캐릭터에 대해선 제가 모르는 요소가 너무 많은 것 같아 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 다음을 기약하고자 합니다.
끝으로 읽으면서 마음에 조금 걸렸던 부분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대단한 건 아닌데도 구구절절 길어질 듯해 미리 죄송합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일 테니,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엔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흘려들어주세요.
문장을 쓰실 때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초반의 설명을 아끼시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혹은, 독자에게 정보를 쉽게 공유하는 서술이 취향에 안 맞으시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실례지만 글의 도입부를 예로 들자면, 실제 상황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열이 났다 > 열감기라 생각했다 > 왜? > 원래 잔병치레가 잦다 > 물려받은 체질이라서 > 상비약을 쟁여둘 정도(늘 감기에 대비하고 있다는 뜻) …
이렇게 꼬박꼬박 단계별로 서술할 경우, 서술이 단조로워지지만 독자는 상황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대하며 글에 빨리 몰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유채하님께서는 서술에 생략을 두셨어요.
열감기라 생각했다 > 왜? > 원래 잔병치레가 잦다 > 물려받은 체질이라서…
이렇게, '주인공이 열났다'라는 정보를 생략한 채, 바로바로 다음 정보를 던지셔서, 독자가 '아, 지금 주인공이 아프구나'라고 파악할 겨를을 주지 않으셨어요. 물론 서술이 다소 생략되어도 독자들은 다들 상황을 이해하고 따라잡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이런 식으로 정보가 의도적으로 생락되거나 혼재되어있어, 읽는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곳이 꽤 있었습니다.
물론 글은 어디까지나 글쓴이가 원하는 대로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상업 글쓰기가 아닌 이상 독자를 굳이 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앞으로도 유채하님의 글을 무척 즐겁게 읽을 것 같고요.
하지만 혹시라도 의도하신 게 아니셨다면, 문장의 서술을 고민해볼 의향이 있으시다면 언제라도 가볍게 말 걸어주세요. 좀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글 내용 언급을 원치 않으신다면 지우고 다시 올릴게요!!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건필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