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점
(1) 앞으로 풀어나갈 사건에 관한 미스터리를 명확하게 제시해주고 황시목의 시선에서 그걸 따라가게 해줘서 흥미진진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쪽도 전문가임에도)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던 사실이 화자의 눈에 보인다는 사실이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좋고요. 원래 추리물은 약간... 유능한 사람이(마저도?) 허덕이며 따라가는 걸 보면서 같이 두근두근하는 느낌이니까요. 헉 맞아 그랬지! 같은 포인트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2) 로맨스에서의 '특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시작부터 어라? 이 사람 왜 웃지? 하고 딱 강조점을 찍고 들어가는 점이 좋았습니다. 저는 로맨스를 쓸 때도 서브 장르(암투, 전쟁, 추리, 감성 등)나 발생하는 사건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데(결국 로맨틱한 분위기를 끼워넣기 힘들게 됨) 커플링글임을 생각했을 때 오프닝부터 선언하고 들어가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로맨스마저도 추리(?)의 요소를 넣는 것도요.
여러모로 장르 법칙에 걸맞는 의문점이 가득한 글입니다.
- 제언
(1) 아무래도 연재이니만큼 도입을 두둥탁! 하고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계장님이 '왜 검사님이 웃으시지?'라고 생각했다는 걸 처음부터 계장님의 반응으로 깔아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딱 들어와서 멈칫. 해서 시목씨가 ? 뭐하십니까. 이리 주시죠.(비숲을 못 봐서... 대강 이런 의도의 대사) 같은 상황을 만드는 것도 좋고, 파일을 펼쳐보는 시목씨를 계속 흘끔흘끔 쳐다본다거나... 독자들이 상황을 모르는 데서 발생하는 간극을 키워나가다가 장면 끝자락에 계장이 그 의문을 해소시켜주는 방식도 괜찮을 것 같아요.
(2) 주변 증언에 따르면 이러했다~ 는 나레이션이 계속 같은 내용과 형식으로 반복되는 느낌입니다. 그 내용을 강조하고 싶으신 거라면 형식을 다양하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간접인용보다는 직접인용을 택한다거나, 그 증언을 들었던 장면을 간단히 묘사한다거나, 그 증언을 들었던 수사관이 이러저러했다더라 하는 장면 등등. 그리고 증언이라는 게 누가 말했느냐에 따라서 강조전미 달라지다보니(1층 아주머니가 보는 피해자와 옆집 학생이 보는 피해자, 경비 아저씨가 보는 피해자는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겠죠. 간단히 예를 들자면 경비아저씨는 "언제 아파트를 들락날락했는지"와 같은 사실에 민감할 테고요.), 이미 2화에서 하신 것처럼 증언자가 중점적으로 보는 특성에 따라 진실의 층위가 달라지도록 구성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구...
- 추천
(1) 책: 플롯 강화, 노아 루크먼
사람들이 주로 말하는 플롯은 뼈대에 가깝다면, 이 책에서의 플롯은 뼈대+(근육, 혈관, 피부...)로서, <플롯 강화>는 전반적으로 도식화된 '플롯'을 넘어서서 후자를 탄탄히 받쳐보자는 의도의 저술에 가깝다.
라고 제가 블로그에 쓴 걸 긁어왔습니다. 두루뭉술한 상상을 파고들어서 쓸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데 꽤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이 글을 위해서는 5장의 '서스펜스' 챕터를 추천드립니다.
(2) 드라마: 브로드처치
여기서부터는 제가 좋아하는 수사물 드라마 추천...ㅎㅎ
버디물/수사물/범인찾기/법정드라마까지 한큐에 즐길 수 있습니다. 엘리트-고인물 경찰과 로컬-상대적뉴비 경찰이 많이 싸우고 점차 협업해서 소년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갑니다.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견뎌낼 자신이 있으실 때 추천드려요.
(3) 드라마: 해피 밸리
고집세고 성질 나쁜, 그러나 뚝심 있게 자신이 믿는 길을 뚜벅뚜벅 가는 중년 여성 경찰이 주인공입니다. 내 딸을 자살시킨 원흉이 이번에 출소한다, 로 시작하고, 한 사람의 선의와 한 사람의 악의가 각각 얼마나 강한지 체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4) 드라마: 시그널
사실 시그널 보는 사람이 비숲 보고 비숲 보는 사람이 보이스 보고... 하는 구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혹시나 안 보셨다면 넷플릭스에서 3/31에 내려가니 이번에 기회를 잡으시길.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