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자의 툭툭 내뱉는 화법이 매력적인 글이었어요. 문장이 짧게 끊어져서 호흡도 따라가기 편했고 잘 안 읽히거나 하는 문장도 없어서 편하기도 했습니다.

묘사는 저도 참 고민이 많은데요. 매번 구체적으로 묘사를 적자니, 글이 길어지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고 그렇다고 줄이자니, 글 자체의 맛이 사라지는 기분이더라고요. 행동 묘사는 사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 캐릭터를 붙잡고 보면 좀 더 잘 보이는 것 같고 공간 묘사는 개인적으로는 중요한 공간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활용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고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학교라는 공간이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인 것처럼, 크게 묘사할 필요가 없는 곳은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아요.

글 자체의 속도감이 좋았는데 저도 좀 더 묘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화자가 '이 해'라는 인물을 살펴보는 시선도 더해졌어도 좋았을 것 같고 자존감이 낮아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하는 '이 해'에게 하는 고백이 어찌보면 내내 속으로 담아왔던 말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하게 툭 튀어나오게 된 건데, 그 과정에서 화자의 속내를 더 표현했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름이 외자이다 보니 성과 이름을 띄어서 쓰셨고 붙여 쓸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결정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일부에서는 성과 이름을 떼지 않아서 통일해주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만약 속편이 있다면, 이 해의 시점에서 화자를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