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동양풍 정쟁의 분위기를 잘 잡고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막 일어나보니 다들 의미심장하고 음흉하고 돌아가는 꼴이 허이구 참내 싶고... 맨 처음에 역사서 서술처럼 들어가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인물 배치도 잘 되어있고, 구도도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이야기가 분명히 잘 짜여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시작입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을 말씀드리자면...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고유명사에 원래 약합니다. 그래서 영화나 소설을 봐도 지명/인명을 대강 느낌적느낌으로 파악하는 편이고요.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데도 애로사항이 좀 있었습니다. 그나마 머리에 남는 이름은 섭, 청윤, 동화, 휘 정도인데, 그들이 어떤 관계인지, 이 나라가 어디인지 등등이 파악이 잘 안 됩니다. 당연히 지금 이 친구들이 정확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도 눈치로 파악해야한다는 느낌이고요. 그리고 앞에서 다른 분들께서 읽을 때의 혼란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으니 저는 조금 덧붙이겠습니다. 근데 이건 서술 방향성을 좀 많이 트는 이야기라서 그냥 듣고 흘리셔도 됩니다ㅋㅋㅋㅋ 그러니까, "기억을 잃은" 설정을 넣은 이유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왜 "시골소녀" 설정이어야하는지, "신입생"이고 "갑작스러운 일반인 각성자"여야 하는지에 대해서요. 그건 독자가 작품의 설정을 받아들이는 속도와, 주인공이 작중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속도를 맞추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뭘 모르니까 작중 인물이 얘한테 줄줄이 설명해준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죠. 그리고 그 부분은 분명 이화와 상호작용할 때까지는 살아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 1~2화임에도 주인공이 갑자기 작중 정보에 대해 묵시적으로+혼자서 통달한 듯 갑자기 독자들을 따돌려버린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앞서 나열한 설정에서의 주인공은 "뭘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 상태에서 주인공의 행동범위는 줄어들기도 하고, 잘못 튀어나가기도 합니다. 완전히 오해를 해버리기도 하죠.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세계에 대한 정보가 쌓입니다. 그러나 이 글의 주인공은 벌써부터 뭐랄까... 능숙합니다. 선을 알고 있는 듯하고, 그 선을 적절하게 지킵니다(태도적인 측면에서도요). 그래서 저는 이 주인공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좀 머쓱했다네요... 스토리 진행이 지지부진하다고 느끼셨다면(이야기는 충분히 쾌속전진하고 있다 생각), 이 친구의 반응이나 학습 등이 "보여지는" 대신 너무 많은 것들이 "설명되고" 있기 때문에, "생략된 게 많은 설명"을 읽는 기분이 들었던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건이 "장면"이 아니라 "말"로 일어난다는 느낌. 저는 동화를 모르는데 동화는 이미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서(왜 아는지도 모름...) 이입할 수가 없기도 하고요. 이건 조금 나아간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스러기님 머릿속에 이미 꽉 채워져서 완성된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이 글의 빈틈을 스스로 메우면서 보고 계신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복잡한 이야기의 구조도 명료하게 파악하고 계시고요. 그래서 굳이 뭔가 루즈함?을 덜어내고 싶으시다면 아예 쫓기는 장면 플래시백 같은 것부터 시작한다던지, 주인공이 영 능숙하지 못해서 긴장하면서 모든 것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는 걸 깔고 간다던지 등등 은 어떨까요! 비판점을 원하셔서 좀 길게 썼지만, 정말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셧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