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러기 님!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일단은 1화에 집중해서 감상평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사실 소설들의 도입부에서 크게 심심한 느낌을 받진 않았습니다. 1화의 도입부가 마치 역사의 기록을 읊어내리듯 시작되는 것은 이 소설의 장르와 분위기에 제법 잘 어울리는 도입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까지 충격적인 도입부는 아니지만, 오히려 정석적인? 어쩌면 평이한 도입이었기에 '......이게무슨일?' 상태가 된 도화가 확 새롭게 다가오고,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더불어 동양풍 시대물이라는 장르와 적절한 배경 서술, 또 그에 걸맞는 단어 사용들까지. 제가 아예 다른 세계, 제가 원래 있는 세계가 아니라 이들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실감이 거세게 느껴졌습니다. 이 현실 세계와 궤를 달리하는 또다른 세계, 심지어 다른 시대의 세계를 나타내는 일은 정말 어려운데... 그 공간을 너무 잘 살리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전 이렇게 완벽히 다른 세계에 들어간다는 느낌과 몰입감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글 시작부터 많이 두근두근 하며 읽었었습니다. ㅎㅎ 이미 정말 존재하는 배경, 설계도부터 이름까지 딱딱 정해진 '진짜 공간'을 만들어 놓고 그걸 정말 쳐다보면서 서술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배경을 만들어내시는 데에 들어간 공과 정성이 여실히 텍스트 너머로까지 느껴졌습니다. 그 태도가 자연스레 몰입감에도 (적어내려가신 러기 님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셨을 수도 있지만) 엄청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사건이라거나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크게 헷갈리진 않았습니다. 외관적 특징과 그들 각각의 캐릭터성이 뚜렷해서도 있고, 이름이 그렇게까지 겹치는 느낌이나 철자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음... 앤토니와 앤톤, 미사와 미소 같은 느낌... 이 없었다고 할까요 ㅎㅎ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도화의 성격이 은근히 나타난단 점도 좋았습니다. 제가 본 도화는 혼란스러워도 할 사과는 하고, 다른 사람을 자의로 죽이기보단 차라리 어쩔 수 없이 함께 떨어져버리는 게 나은 사람이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 상황에서조차 제 주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동화의 회상 속에서, 사람들의 말 속에서 드러나는 휘와는 꽤 다른 성격이죠. 휘는 죽음 앞에서도 침착하고 하물며 사과를 하는 일은 결코 없던 사람이었으니까요. 두 사람이 아주 다른 존재라는 게 1화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잘 부각되었고, '얼굴은 너무나 똑같지만 성격은 제법 다른' 사이라는 것이 매력적이게 와닿았습니다. 제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지만요😂
그리고 조금 의문이었던 부분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해주신 평들과 궤를 같이 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만, 개인적으로 도화가 너무나 '잘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인 사람을 왕으로 몰아간다면, 제가 그 사람의 입장이람 '예??? 저, 저 아닌데요? 뭐 착각하신 것 같은데? 아니 얼굴은 닮았을지 몰라도 나 아니라니까??? 난 도화라니까요!!! 이름도 달라요!!!'라며 바로 이 상황에 존재하는 오류를 바로잡고자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제 말에 스스로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고 '그러게...? 근데 우리가 얼굴은 왜 똑같지...? 그러게...? 그럼 원래 왕은 어디 가셨담???'하며 물음표가 튀어나오고, 기억을 잃은 부분들에 대해 인지하게 될 것 같았어요. 하지만 도화는 아주 상황 파악이 빠르고 하물며 적응도 잘 합니다. 어떤 답을 얻어내고 찾아내야 하는지 답을 내리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뭔가 이런 기억상실 메타, '공주와 거지' 메타에서 잘 비롯될 법한 무리수나 헛발질 등의 해프닝 시츄에이션들이 크게 보이질 않았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ㅎㅎ 너무 (이미) 많이 완성된 이야기...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특징이 도화의 성격과 이어질 수도 있고, 클리셰를 굳이 따라갈 필요도 없고, 도화의 (제가 느끼기론) 제법 날카로운 통찰력 덕분에 1화에서부터 많은 추측과 추리가 가능해졌던 것 같기에, 이는 특징이 된담 될 수 있어도 무조건적인 비판점은 아닙니다. 그저 읽으면서 제가 '어라?'하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일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1화에서 무척 많은 떡밥들이 나왔단 생각이 듭니다. 생긴 물음표가 너무나 많았어요. 그래서얼굴은왜똑같은거야, 어쩌다저길간거야, 대화들을보면쟤네둘은원래알던사이는아닌거같은데 근데왜얼굴이똑같느냐고!, 씁 섭이한테좀너무하지않나? 청윤은뭐하는사람인거지? 혹시 뭔가 스토리가 있나?, 그래서왜이들을노렸던거야, 휘는죽은거야아님어디도망친거야?, 휘랑 동화 관계는 대체 뭐지? 등등... 사람마다 물음표가 생기는 구간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저에겐 꽤 많은 물음표가 생겼었습니다. 수많은 물음표 중 해결되는 물음표가 있었대도 좋았겠지만, 오히려 저는 저 수많은 물음표들 덕분에 '그래서 뭐야!!!' 하는 도화의 심정에 이입해서 다음 회차를 확 읽어나갈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1화의 난잡함...? 어느 정도 복잡하게 느껴지는 떡밥들이 그렇게까지 문제시 되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사람이 정신이 없고 마음이 급하면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인식하게 되고, 아오 복잡해!!! 하면서 펑 터져버리게 되잖아요. 독자에게 오는 수많은 정보값들과 그에 따른 물음표들이 도화의 심리와 비슷하게 이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감상이 앞의 '어라?' 했던 포인트와 이어졌던 것인데, 전 이렇게 생각하고 느꼈었는데 이와중에 도화는 너무 태연해 보여서 - 앞서 말한 것처럼 너무 잘해내고 있는 것 같고, 또 뭔가 많은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 같아서... 조금 '어라?'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이 급박하여 글이 정돈되질 않은 것 같습니다. ㅠㅠ 정말 죄송합니다. 한국/동양풍도, 시대극도, 판타지도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진심으로 다음 편을 기다리겠습니다! 멋진 글 적으시는 동안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