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원작을 전혀 모른 채 읽었음을 밝히고 시작하겠습니다.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은 귤님이 사와무라와 쿠라모치, 그리고 원 작품을 정말 좋아하시는구나 하는 거였어요. 길지도 않은 대화와 묘사에서조차 등장인물의 성격이 굉장히 잘 보이는데 귤님이 어떤 기교를 부렸다기보다는 좋아하는 마음 덕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았어요. 애정이 묻어 있는 글이라고 할까요.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셨구나 싶은 거죠.
초밥을 먹는 것 외에 별다른 스토리 진행이 없는데 그런 단순한 장면에서 이야기를 복합적으로 끌어나가는 게 탁월하십니다. 과거 회상과 (초밥을 먹고 있는) 현재 장면이 계속해서 전환되는데 뜬금없다고 느껴지는 부분 없이 자연스러워요.
어디까지가 원 작품의 설정이고 어디부터가 귤님이 더한 설정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잘 녹아들어 융합되어 있습니다. 이 글만 읽고도 원작에 어떤 서사가 있었는지 대충 유추가 될 정도로요.
3인칭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쿠라모치 시점에 가까운데 쿠라모치의 시니컬함과 사와무라의 발랄함이 계속 교차되는 게 매력적이에요. 쿠라모치가 회상하는 내용을 보면 마냥 밝은 내용은 아닌 듯한데... 사와무라가 활달하게 굴어서 너무 우울하게 빠지지는 않는 거죠. 우울함과 밝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데 그 회색지대같은 묘사가 저는 좋았습니다.
쓰느라 수고하셨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