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러기님. 우선, 동양 시대물을 많이 접하지 않은 편이라 장르에 익숙지 않은 점부터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초반에 연대기(?)라고 해아 할지, 실록처럼 편년체 서술이 들어가 있는 덕분에 동양 시대물의 분위기가 한껏 살아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도입부 덕분에 이제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황제가 여성이며 어떻게 앓아눕게 되었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이어지는 소설은 동양 시대물의 독자들이 기대할 법한 톤을 일관되게 유지합니다. 단어 선택에서 문체, 풍광 묘사며 대화까지 모두 시대물의 맛을 끌어올리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서술은 무척 이해하기 쉽게 쓰여서, 시대물에 익숙치 않은 저 같은 독자들도 잘 끌고 가는 글이에요. 저로서는 이 점이 무척 감사했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띈 매력 포인트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성입니다. 궁중물은 지위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만큼 캐릭터가 해당 지위를 따라가기 쉬운데, 청윤과 유섭, 주란 등 캐릭터의 개성이 무척 도드라져요. 동화가 기억을 잃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자기주장을 하는 1편 후반의 장면 역시, 동화의 캐릭터를 돋보여주며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2편 중후반에 나온 인물들과의 관계성도 굉장히 매력적이라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끝으로 도입부가 조금 고민스럽다고 말씀하셨는데, 저 역시 쓰고 있는 글의 도입부를 지적받은 상황이라… 제가 받았던 지적과 비슷한 부분이 어쩔 수 없이 눈에 들어오게 되어… 스러기님께도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스러기님의 글이 아쉽다기보다는 그냥 제가 지금 이런 지적을 받은 상황이라 눈에 필터가 낀(.. )상황일 테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정도로 흘려들어주세요.
도입부의 서술 덕분에 황제가 앓아눕게 된 경위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황제는 단순히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 뒤바뀐 것이다, 둘의 얼굴이 비슷하기 떄문이다'라는 무척 중요한 사실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황제가 송휘라는 건지 동화라는 건지, 제목대로 기억을 잃은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라는 건지, 이것저것 모두 의아한 상태로 글을 읽어나가게 되었어요. '그 당연한 걸 헷갈린다고?' 싶으실 수도 있겠지만, 읽는 사람으로서는 (이런저런 가능성이 다 열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헷갈릴 만한 서술이라고 느꼈어요. 둘이 명백히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처지가 뒤바뀔 수 있는 건지, 동화는 이 세계 속 사람이긴 한 건지(요즘엔 책빙의 웹소설도 많다 보니, 독자로서는 방향을 잡기 어려운 감이 있어요), 동화와 송휘는 원래 서로를 알고 있었을지(아니면 어쩌다 그 절벽에 함께 있었던 건지) 등등… 이 중에는 글에 제대로 서술되어 있는 부분도 있지만, 독자가 궁금해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늦게 설명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 이런 이유로 독자로서는 글의 성격을 파악할 수 없게 되고, 동화에게 어떤 걸 기대해야 할지도 결정하기 어려워, 전체적인 감상이 두루뭉술해지는 감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이 혹시 스러기님께서 고민하시는 부분과 연결되어 있을까 싶어 말씀드려봤지만, 사실 글쓰는 사람이 마음대로 서술하는 게 개인 연재작의 매력이니까요…! 상업 웹소설을 쓰시려는 게 아니신 만큼, 독자에게 꼭 페이스를 맞춰가야 할 필요는 없으니 '이런 의견도 있구나' 정도로 흘려들어주세요. 고민하시는 부분이 잘 풀리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건필 응원합니다. 매력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