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이해라는 타이틀에서부터, 이해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 언제 어떤 식으로 밝혀지게 될까, 주인공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대하면서 읽게 되는데 주인공이 이해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 독자로서는 즐거운 반전으로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이 글의 중점은 정제된 표현과 문장으로 세련된 글맛을 살리는 게 아니라, 난해한 인물과의 연애로 고민이 많은 10대 주인공이 느끼고 포착하는 세계를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주안점을 둔 글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물들의 대화도, 주인공의 서술도, 단어의 선택이며 감정선도 굉장히 풋풋하고 생동감이 넘쳐요. 이런 감정을 포착해내실 수 있어서 무척 부럽습니다.
행동 묘사&공간 묘사가 어렵다는 말씀을 제가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자면…인물들이 그 순간순간에 보일 만한 제스쳐나, 학교, 급식실, 옥상 등의 공간을 묘사하는 게 어렵다는 말씀이실까요?
이처럼 1인칭으로 쓰인 글에서 행동이나 공간을 묘사할 때는 화자(주인공)의 시각을 빌릴 수밖에 없으니, 이 부분은 주인공의 캐릭터나 감정선을 좀더 깊게 파고들어야 그 시각에 맞는 묘사가 나올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글의 주인공처럼, 언뜻 염세적으로 보일 만큼 건조한 캐릭터의 경우에는… 주변 인물이나 사물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말씀대로 공간&행동 묘사를 과감히 덜어내는 것도 얼마든지 괜찮은 선택이었지 않나 싶어요. 실제로 글을 읽으면서, 독자로서 부자연스럽거나 답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인공은 이해가 다른 이와 털어놓지 않는 이해만의 모습들을 세심히 포착해내면서도, 이해의 세계를 부수기로 작정하기 전까지는 그런 그의 모습을 섣불리 헤집으려 들지 않는 섬세한 면모를 지녔지요. 만일 세계님께서 그런 주인공의 섬세한 시선이 스민 묘사를 곁들이신다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세심한 시선이 매력적인 글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어떤 글을 쓸 것이냐, 어떤 캐릭터를 얼마만큼 파고들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이 얘기가 생각보다 길어지다 보니, 주인공과 이해에 대한 감상을 길게 드리지 못하게 된 점 양해 바랍니다. 사실은 제 굳은 머리로 둘을 애써 분석하려 들기보다, 글을 읽은 여운을 이대로 남겨두고 싶기도 해요☺️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오후 되세요!